정유업체 GS칼텍스가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 수백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한다. GS칼텍스 전국 2340여 곳의 주유소와 카카오모빌리티의 모바일 플랫폼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한 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지분 투자를 위한 최종 논의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과 지분은 이르면 23일 확정돼 외부에 공개될 것으로 전해졌다.
GS칼텍스 측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를 검토 및 협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자 금액, 상세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투자 관련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정유업체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카카오모빌리티는 TPG컨소시엄, 칼라일과 같은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구글, LG 등 전자·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누적 1조2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증시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는 3월 이사회에 처음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투자 안건을 상정했으나 당시에는 의결이 보류됐다. 지분 투자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시너지 방안’ 등에 대한 추가 논의를 위해서였다. 한 달 뒤 GS칼텍스는 이사회에서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안건을 재차 상정해 의결하고 카카오모빌리티와 본격적으로 논의에 착수했다.
GS칼텍스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가맹 택시 등을 통해 주유소·충전소 이용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GS칼텍스는 주유소를 주유, 세차, 정비 공간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산업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사업 재편’ 작업을 이어왔다. 전기·수소차 충전, 드론 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지난해 11월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신기술과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차량 공유(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에 2018년 12월 35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GS칼텍스의 주유소·충전소를 ‘오프라인 모빌리티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 가맹 택시 기사 등이 협력 관계인 GS칼텍스의 주유소·충전소를 쉼터, 주차 공간으로 쓰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정유업체가 플랫폼 업체에 대한 투자를 통해 협업에 나서는 것은 모빌리티 서비스의 온·오프라인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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