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전세 매물 75→182건 급증
호가 내리는 집주인도 잇따라…1억 뚝
성산시영 21→40건, 상계주공 44→62건
서울 전체 매물도 열흘 전보다 1.6% 증가
취지 무색 임대차법 손질 목소리도 커져
정부가 당초 계획을 뒤집어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대한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전면 백지화하자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1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대치동 은마, 성산동 성산시영,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등 서울의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전세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세 매물이 이날 기준으로 182개로 열흘 전(10일) 75건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6·17대책에 재건축 조합원에게 2년 이상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되자 350건에 달하던 은마 아파트 전세 매물은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집주인이 실거주 의무를 채우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9월 말에는 4400가구 규모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0건’으로 아예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년 실거주 의무화 방안을 개정안 내용에서 빼기로 하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3일 72건이었던 전세 매물은 15일 110건, 16일 122건, 17일 137건, 18일 150건, 20일 163건, 21일 182건 등으로 빠르게 늘었다. 월세 매물 역시 13일 87건에서 이날 119건으로 40% 가량 늘어났다.
규제 방안이 국회에서 철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직접 들어가기 위해 미리 세입자를 내보낸 집주인들이 다시 전세를 놓기 위해 나선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공급이 늘자 호가를 내리는 집주인들도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전용면적 76㎡ 14층 매물은 지난 15일 전세 가격을 7억9000만원으로 종전에 비해 1000만원 내렸다. 같은 면적의 1층 매물도 지난 19일 7억원으로 종전에 비해 4000만원 낮췄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도 지난달 10억원까지 전세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 전세 호가는 9억원까지 떨어졌다.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아파트도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이 21건에서 4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도 44건에서 62건으로 늘어나는 등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출회되는 모습이다.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 역시 지난 10일 2만158건에서 이날 2만482건으로 1.6% 늘어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단지 위주로 전세난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최근 전세시장 불안에는 입주물량 부족, 청약대기 수요, 재건축 이주수요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전셋값 상승세를 진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가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3법의 부작용으로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은 치솟는 등 전세시장 불안이 가속화 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작년 7월 시행한 전월세 상한제는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할 때 임대료 상승률이 5% 이하로 제한된다. 반면 신규 전세 계약을 맺을 때는 상승률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중 가격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대폭 올려 받으면서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6억2678만원이다. 지난해 7월 4억9922만원보다 1억2756만원 오른 수치다.
시장에서는 ‘세입자 보호’라는 취지가 무색해진 임대차3법도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기간의 연장은 우리 사회가 순차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다듬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 2년 단위로 설정된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 적용하고 임대차2법은 폐지해야 한다. 3년이라는 기간에 익숙해지면 그때 4년으로 연장하는 식으로 장기계획을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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