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싱어 CEO “초미세공정 투자… 4년내 최첨단 반도체 선보일것”
기존 삼성전자-TSMC의 고객사 유치, 파운드리 시장 새판짜기 나서
“생산력 급속 향상 어려울것” 시각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진출을 선언한 미국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판을 흔들겠다고 선언했다.
겔싱어 CEO는 삼성전자, TSMC의 주요 고객사인 퀄컴, 아마존을 자신의 고객사로 확보했으며, 4년 내에 2nm(나노미터)급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하는 등 공격적인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인텔은 27일 온라인 기술전략 설명회 ‘인텔 액셀러레이티드’를 열고 초미세공정 반도체 개발 로드맵 및 차세대 반도체 장비 도입 계획 등을 발표했다.
겔싱어 CEO는 아마존, 퀄컴을 파운드리 사업 고객사로 유치했다고 공개했다. 퀄컴은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퀄컴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등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생산하고 있다.
인텔은 2025년까지 인텔7, 인텔4, 인텔3, 인텔 20A, 인텔 18A 등 공정기술 혁신 제품을 순차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2024년 이후 생산하겠다고 밝힌 20A, 18A는 0.1nm에 해당하는 ‘옹스트롬’이 단위다. nm로 환산하면 각각 2nm, 1.8nm에 해당한다. 4nm급 공정 도입을 추진하는 삼성전자와 TSMC가 공식 언급한 적이 없는 초미세공정이다. 업계는 겔싱어 CEO가 ‘2024년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TSMC를 제치고 기술 주도권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인텔은 또 네덜란드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사용 공정을 내년 하반기(7∼12월) 인텔4 생산부터 적용한다. 인텔이 EUV 노광장비를 활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네덜란드 ASML이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는 실리콘 웨이퍼에 5nm 이하의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새겨 넣는 핵심 생산 장비다. ASML은 한 해 50대 정도 EUV를 생산하는데 ‘5 대 3 대 2’의 비율로 TSMC, 삼성전자, 기타 반도체업체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초미세공정 경쟁력이 이 장비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에 ASML 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인텔 측은 이날 “ASML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더 이상 공정 기술에 nm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을 받았다. 인텔은 “기존 nm 기반 프로세스 공정이 실제 게이트 길이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10나노 슈퍼핀을 마지막으로 공정 기술에 반도체 기술의 척도 단위로 통하는 nm를 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텔이 초미세공정 투자 계획까지 밝힌 것은 삼성전자, TSMC가 만들어 가는 반도체 시장 질서를 깨고 새 판을 짜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인텔이 4년 만에 2nm에 해당하는 제품 개발에 성공할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경쟁사보다 떨어지는 양산 기술력을 하루아침에 높이긴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인텔은 “예정대로 기술 혁신을 진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인텔의 공격적인 추격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1위 TSMC와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인텔은 반도체 부족을 안보 이슈로 보고 있는 미국 정부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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