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올 초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폭등한 계란값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시금치 상추 열무 배추 등 채소류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가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시금치(1kg)의 소매가격은 1만1473원으로 한 달 전 평균 가격(7511원)보다 5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다른 채소류 가격 상승률은 △적상추(100g) 50% △열무(1kg) 26% △오이(10개) 11% 등으로 예년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잎을 먹는 채소인 엽채류는 날씨가 더우면 이파리가 타는 등 폭염 시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다. 올 초 급등한 달걀 가격도 반년째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달 26일 기준 특란 한 판의 소매가격은 7403원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00원 넘게 비싸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소폭 낮은 수준이지만 고병원성 AI로 알을 낳는 산란계가 대규모 도살 처분된 뒤 수급난이 여전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집밥 수요가 늘어나는 영향이 더해져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염에 잎채소 말라… 열무 한단 4000원
밥상물가 급등
주부 박모 씨(62)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열무 가격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올 초 2000원대였던 열무 한 단이 4000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가격이 점점 오르니 집에서 열무김치 담그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채소 값이 크게 오른 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급등했던 계란 값 수준이 유지되면서 가계의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른 폭염이 지속되면서 잎을 먹는 채소인 엽채류 가격이 특히 많이 오르고 있다. 적상추 100g 소매가격은 26일 기준 1511원으로 한 달 전(1006원)보다 50% 올랐다. 열무 1kg 소매가격도 같은 기간 2391원에서 3008원으로 26% 상승했다. 대형마트에서 야채를 취급하는 한 바이어는 “지금처럼 무더위에 비가 오지 않는 날씨가 지속되면 상추, 열무 등의 이파리가 타버린다”고 말했다.
채소류 수급난이 이어지면 ‘111년 만의 폭염’이었던 2018년 당시의 물가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산 쌀 80kg의 가격은 19만3568원으로 평년(15만7573원)보다 22.8% 비쌌다. 당시 무(45.8%), 포도(47.1%) 등의 가격도 평년 대비 크게 뛰었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은 “폭염이 다음 달까지 계속되면 농산물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1∼6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이미 30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12.6% 올랐다. 이는 1991년 상반기(14.8%)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된 데다 고병원성 AI로 인한 계란 값 상승 등의 원인이 겹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고병원성 AI로 급등했던 집밥 필수 재료인 계란 값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국내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는 6587만 마리로 1년 전보다 905만 마리(12.1%) 줄었다. 정부는 AI 이후 빈 산란계의 자리를 병아리로 채우고 있지만 아직 계란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계란이 품절되기도 한다.
유통업계는 단기간 내 계란 값을 잡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산란계 수가 채워져도 알을 낳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붕수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대전지부장은 “산란계 마릿수가 회복돼도 닭이 알을 낳으려면 6개월이 필요하다”며 “최소 내년 2, 3월까지는 비싼 계란 값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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