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정부가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작 도로의 전체 차량 수는 거의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을 줄이기 보단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졌다.
3일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전국 고속도로 통행량은 2019년과 비교해 주중에는 1.7%, 주말과 연휴에는 5.9%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집단감염이 불거진 지난해 3월 1차 대유행 때는 주중과 주말·연휴 각각 11.2%, 16.9% 줄어들었지만, 5월부터는 고속도로 통행량이 되레 전년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1~6월)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장거리 대중교통 수송실적이 급감해 버스 감편까지 이뤄진 점을 감안했을 때 고속도로 통행량이 거의 줄지 않은 건 자가용 이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고속철도(SR)의 지난해 주말·연휴 열차(도시철도 제외) 수송실적은 2019년보다 47.4% 줄었다. 같은 기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수송실적도 각각 49.4%, 51.6% 감소했다.
자가용 이동 증가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이용 증가로 확인된다. ‘T맵’과 ‘카카오내비’ 이용량은 지난해 3월을 제외하면 2019년보다 증가했다. T맵은 2019년 12월에 하루 평균 사용인원이 300만 명 정도였지만 지난해 8월에는 약 320만 명 정도였다. 자가용 운전 이동 증가가 내비게이션 이용량을 끌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고속도로에서 차량 통행 양상도 바뀌었다. 1회 주행 거리를 기준으로 10~20km를 달린 차들의 비중은 같은 기간 17.5%에서 21.7%, 21.8%로 증가했다. 장동익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0~20km 통행은 과거 대중교통으로 주로 다니는 거리였는데 코로나19 이후 자가용 이용이 늘어나면서 통행비중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동 패턴 변화는 자동차 구매 양상을 바꿨다. 장거리를 움직일 때도 차를 갖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지고 차박 열풍 등이 겹치면서 작은 차보다 큰 차가 잘 팔렸다.
코로나19 이전(2018년 1월~지난해 1월) 전체 신차 판매 중 12.6%였던 중형 세단의 비중은 코로나19 이후(지난해 2월~올해 5월) 10.8%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 그랜저 등 준대형 세단의 비중은 12.7%에서 14.9%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3.5%에서 8.1%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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