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골목. 1층 점포 14곳 중 대기업 브랜드 의류 매장 2곳과 카페 1곳을 뺀 11곳의 문이 닫혀 있었다. 문을 연 카페도 좌석의 약 70%가 비어 있었다. 28년째 이 카페를 운영한 사장 김석수 씨(61)는 “카페는 점심 저녁으로 장사를 할 수 있어 저녁 장사 중심인 술집보다는 사정이 낫다”면서도 “올해 말 임대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명동의 소규모 상가(2층 이하면서 연면적이 330m² 이하인 건물) 공실률은 43.3%로, 1분기(38.3%)보다 5%포인트 올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7년 이후 가장 높다.
명동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1년간 전국에서 술집과 노래방 수천 곳이 문을 닫는 등 ‘자영업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4일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월별 통계에 따르면 5월 말 전국의 호프전문점 등록업체는 2만7840곳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636곳(11.6%)이 줄었다. 선술집 등 간이주점 업체의 수는 1만1612곳으로 같은 기간보다 1900곳(14.1%) 감소했다. 서울 명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신모 씨(41·여)는 “2차 회식을 오던 직장인들이 사라진 데다 최근 저녁시간 2인 이상 모임까지 금지되면서 이번 주 예약은 딱 1개”라며 “대출금 2억 원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겨울 전에 이 돈도 바닥날 것 같다”고 말했다.
저녁 손님이 많이 몰리는 노래방 역시 1년 새 업체 수가 1554곳(5.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이 제한되며 여행사 수도 4.5% 줄었고 PC방과 예식장 등도 감소했다.
반면 비대면 거래가 늘며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체는 전년과 비교해 10만3450곳(34.8%) 늘었다. 술집 대신 카페로 사람들이 몰리며 커피음료점은 같은 기간 1만981곳(16.8%) 증가했다. 펜션 및 게스트하우스와 실내스크린골프점도 각각 22.0%, 13.3% 늘었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이나 여가 활동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