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서툰 그림들이 성인 작품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독특할 때가 많아요. 그냥 사라질 수 있는 그림을 부모님께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추억으로 선물하고 싶었죠.”
이호정 두들 대표(23)는 집에서 아동 미술을 가르치던 어머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의 ‘낙서’ 같은 그림들을 보며 자라왔다. 무심코 그린 그림들이 오히려 차별화된 디자인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이 대표는 2019년 시각디자인 전공 수업에서 이를 구체화해 올해 4월 휴대전화 케이스, 필통 등에 아이들의 그림을 입혀 부모에게 일대일로 판매하는 서비스 ‘두들’을 출시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그린 선이나 개성을 최대한 살리고 싶어 원본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제품에 입히고 있다”고 했다.
서비스 특성상 아이들과의 추억을 고이 간직하고 싶은 부모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때가 많다. 지금은 고등학생인 아이가 네 살 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엄마’라며 그린 그림을 입힌 제품을 받은 부모는 “평생 그림을 간직하게 해줘 고맙다”는 후기를 전했다. 성장 발달이 다소 늦은 아이의 생애 첫 그림을 제품화해 부모에게 전달한 순간은 이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다.
아이와 부모를 위한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을 만들다 보니 소량 인쇄를 전문적으로 맡길 공장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이 대표는 “수량 확보가 되지 않다 보니 문전박대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딸바보’인 공장 사장님에게 서비스의 가치를 설득시키는 등 발품을 팔아 가며 사장님들의 공감을 얻어 섭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두들은 7월 매출이 전달에 비해 세 배 이상 오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일대일 맞춤 제작을 넘어, MZ세대나 일반 대중을 위한 상설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으로 대학생이자 창업가인 이 대표에게 창업의 매 순간순간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취업보다는 창업을 꿈꿔 왔던 이 대표에게 이는 오히려 배움의 기회가 되고 있다.
“막연히 안주하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해 나가는 걸 가장 경계해야 해요. 내가 해야 될 것을 정확히 알고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잃을 게 없는 ‘젊음’을 무기로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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