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자가보유율, 현정부 들어 최저… 자가점유율도 8년만에 하락세
중간가격 집 사는데 최소 8년 걸려, 전년보다 1.2년↑… 14년만에 최대
주거안정성 갈수록 떨어지는데 정부 “질적 측면서 개선” 자화자찬
지난해 수도권에서 주택을 소유한 가구 비중(자가 보유율)이 2016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자신이 소유한 집에서 살고 있는 비중(자가 점유율)은 2012년 이후 8년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수도권에서 내 집 장만을 위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기간은 전년보다 1년 이상 늘어나 14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주택 공급을 충분히 하지 않고 규제로 시장을 옥죈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악화된 주거 통계로 확인됐다.
○ 자가보유율, 현 정부 들어 뒷걸음질
1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자의 자가 보유율은 53%로 2019년(54.1%)보다 1.1%포인트 줄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54%대였던 수도권 자가 보유율이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52.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또 수도권 거주자의 자가 점유율은 지난해 49.8%로 전년(50%)보다 떨어졌다. 2012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던 자가 점유율이 8년 만에 처음 하락한 것이다.
두 지표는 주거안정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투기 세력은 잡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 목표와 달리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성은 떨어진 셈이다.
지난해 수도권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8배로 2019년(6.8배)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2006년 통계를 집계한 후 최고치다. 수도권에서 중간 정도 소득인 사람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중간 정도의 주택을 사려면 8년 걸린다는 뜻이다. 최근 1년 사이 소득이 줄거나 그대로인 경우가 많은데 집값이 워낙 가파르게 오르며 빚어진 결과다.
○ 정부, 가구 수 증가 탓…주거 질 개선 자화자찬
국토부는 이번 조사에 대해 “지속적인 주택 공급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가구 분화가 이뤄져 자가 보유율이 높아졌고 세계적인 초저금리 등으로 집값과 임대료가 높아지며 PIR가 늘었다”고 했다. 오히려 공공임대 만족도가 높아진 점 등을 들며 “국민 주거의 질적 측면이 개선됐다”고 자평하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전히 부동산 문제에 안이한 인식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1월에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저금리와 가구 수 증가를 지목했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구 수는 늘었지만 정부가 그만큼 충분한 공급을 했더라면 집값이 이렇게까지 오르진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해 아파트 인허가 실적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며 “자가 보유율이 점차 상승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인허가 이후 착공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실제 입주는 수년 뒤에나 가능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말 ‘임대차3법’ 시행 전 가격을 기준으로 이뤄져 임대차법 여파가 반영되는 올해 통계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외에는 백약이 무효”라며 “앞으로 4, 5년 뒤 3기 신도시 등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기 전까지 내 집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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