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적자에서 4조 흑자로… 정유4사 극적 회복, 배경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6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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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에쓰오일
사진제공 에쓰오일
“정유 4사 중 최대 실적을 달성한 비결은 석유화학으로의 대규모 전환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이익 1조2002억 원을 기록하며 2008년 상반기 이래 처음으로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16일 밝혔다. 영업이익률(10.0%)도 타사(5.0~7.1%)를 앞섰다. 이번 호실적의 배경에 대해 에쓰오일은 “코로나19 전에 석유화학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던 것이 주효했다”며 “상반기 내내 생산 설비를 최대한으로 가동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非) 정유’ 부문이 정유업계의 실적 호조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아 5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정유 4사가 올 상반기 4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일제히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정유업계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정유 4사가 극적 회복에 성공한 배경으로 적극적인 체질 개선 노력이 꼽힌다.

이날 각 사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상반기 2조2149억 원 적자를 냈지만 올 상반기 영업이익 1조90억 원을 거두며 3년 만에 ‘1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는 1조1651억 원 적자에서 올해 1조118억 원 흑자로 전환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각각 상반기 영업이익 6785억 원, 1조2002억 원을 기록하며 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4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휘발유, 항공유 등 주력 정유제품 수요가 급감하자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투자해왔다. 에쓰오일은 2018년 말 울산공장에서 가동을 시작한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의 안정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에쓰오일의 상반기 석화·윤활기유 등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58.8%)을 차지했다. 석화 시설 가동 전인 2018년 상반기에 비해 20.3%가 늘었다.

SK이노베이션 올 상반기 영업이익에서도 석화·윤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64.4%로 절반을 넘었다. GS칼텍스 영업이익에서도 비정유 사업부문이 40.9%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상반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석화·윤활유(54.4%)에서 나왔다.

정유 비중을 줄이고 석화·윤활유, 친환경 신산업 비중을 늘리는 정유업계의 무게추 이동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경영전략 설명회인 ‘스토리데이’에서 사업의 핵심 축을 ‘탄소’에서 ‘그린(친환경)’으로 전환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전면 교체하는 등 친환경 생산시설 강화와 함께 ‘카카오T’ 투자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청정수소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85%를 차지하고 있는 정유부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대로 줄이는 동시에 친환경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한편 올해 3월엔 청정에너지 솔루션 기업 지분 20%를 취득하며 수소 사업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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