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장기화 속 식음료 업계 2분기 실적이 분야별로 엇갈리는 양상을 보인다. 식자재업계는 부진에서 벗어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7배 높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제과, 라면업계는 영업이익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식자재 유통 회복·신규 사업 상승…관련 3사 ‘방긋’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식자재업체 3사인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7배(603.7%), 3.3배(234.3%) 뛰었다. 현대그린푸드도 영업이익이 17.5% 올랐다.
CJ프레시웨이는 2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5757억원, 영업이익 191억원을 기록했다. 비록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올랐고 영업이익률은 3.3%로 최근 5년간 최대치를 달성했다. 식자재 유통 부문 매출이 12.3% 줄었지만, 키즈 경로 55.7%, 급식·외식 경로 매출이 21.5% 늘어난 결과다.
신세계푸드는 매출 3324억원, 영업이익 8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2% 늘었다. 단체급식 사업수 식수 회복이 본격화됐고, 노브랜드 버거 안정 출점에 따른 매출 증가가 호재로 꼽혔다.
현대그린푸드는 2분기 매출 8596억원, 영업이익 25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4% 증가했다.
식자재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유통, 외식사업이 올해 들어 급식식재 신규수주 확대와 신규 사업장 실적 호조로 회복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기저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다.
―지난해 잘 팔린 라면, 기저효과·곡물가 상승 악재
라면 주요 3사는 실적이 일제히 하락했다. 농심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한 647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8.3% 줄어든 173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뚜기는 농심, 삼양과 달리 매출이 증가했다. 2분기 매출액은 4.34% 증가한 6687억원을 시현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31.6% 감소한 362억원을 보였다. 삼양식품은 매출이 전년 대비 15.2% 줄어 1476억원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51.7% 떨어진 14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에 예년보다 높은 실적을 거뒀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한 예로 농심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집밥수요 증가, 기생충(짜파구리) 효과로 ‘어닝 서프라이즈(시장 기대보다 높은 실적)’를 거뒀다.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결과는 예상됐다는 반응이다. 라면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맥분, 팜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이들 업체는 8월 들어 잇따라 주요 라면 제품 평균 가격 상승을 발표했다.
― “5~6월 날씨 때문에” 빙과류 타격 제과업계 제과업계도 대부분 업체의 실적이 하락했다. 공통된 원인으론 지난 5~6월 비가 많이 내려 빙과류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했기 때문으로 꼽힌다. 쇼트닝·팜오일·밀가루 등 주요 원재료 단가 상승도 악재였다.
롯데제과는 매출액 50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상승했지만, 영업이익 248억원으로 2.5% 떨어졌다. 이는 시장 기대치보다 하락한 것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껌·캔디 시장 위축 지속으로 건과 매출액이 3% 줄었고, 비우호적 기상 여건으로 빙과 매출액이 1% 감소했다”며 “이번 여름은 짧은 장마와 폭염이 이어져 3분기 반등을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빙그레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증가한 324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7% 줄어든 183억원을 나타냈다. 해태아이스크림 지난해 적자가 반영됐으며 5~6월 이른 장마가 주요 제품인 빙과류 매출에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19 기저효과에 따른 외국 법인 실적 저조로 타격을 입은 사례는 오리온이다. 이 회사는 2분기 매출액 5017억원, 영업이익 55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 36.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결과는 중국법인 실적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현지에서 위안화 기준 매출이 전년대비 15% 감소했으며 제품별 판매도 지난해 역기저 현상으로 인해 스낵 -28%, 비스킷 -13%, 파이 ?7% 등 하락세였다.
―신제품·신사업 타고 기저효과 극복한 기업도
코로나19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업계 다른 기업과 달리 2분기 호실적을 보인 곳도 있어 눈길을 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6조3092억원, 영업이익 46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6.6%, 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CJ대한통운을 실적에서 제외할 경우 매출액은 3조7558억원, 영업이익 379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바이오 부분의 적극 판가 인상을 통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고 식품 부문에서는 국내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통해 원재료비 부담을 덜어냈다.
동원F&B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8100억원, 영업이익 2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7.0%, 26.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타격을 받았던 자회사 홈푸드의 B2B향 실적이 정상화 국면에 진입했고, 일반식품 부문에서도 냉동, 냉장식품, 유제품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호조를 보였다는 평가다.
SPC삼립은 올해 2분기 매출액 7149억원, 영업이익 1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5.5%, 56.7% 상승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카페·베이커리 전문 기업 간 거래(B2B) 유통 플랫폼 ‘베이킹몬’을 운영하는 상록웰가를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메인사업부의 견조한 흐름에 지난해 상반기에 대한 베이스효과, 상록웰가 인수반영으로 높은 외형성장과 함께 시장기대치에 부합하는 영업이익을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은 올해 2분기 매출 3860억원, 영업이익 2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6%, 24% 올랐다. 온라인 배송에 경쟁 우위로 꼽히는 테트라팩(종이팩) 관련 카테고리 성장과 맞춤형 건강관리 브랜드 ‘셀렉스’의 꾸준한 세 확장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셀렉스 매출액은 약 18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최근 상황을 감안할 경우 올해 700억원 수준의 매출액 달성에 대한 가시성이 높을 뿐 아니라 여타 경쟁업체의 시장진입에도 카테고리 선점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남양유업은 적자 폭이 확대돼 코로나19로 인한 급식 부진, 불가리스 사태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남양유업 올해 2분기 매출액은 23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줄었다. 영업손실은 212억원으로 92억원 확대됐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분유 등 주요 상품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악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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