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에 불안한 내수…“물가 뛰고, 소비심리 꺾여”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0일 11시 26분


정부가 가파른 수출 상승세와 고용 시장 회복에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내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과거 감염병 유행 시기와 달리 소비 침체가 지표로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를 발표했다.

기재부는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 호조세 및 고용 개선 흐름이 이어졌으나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대면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내수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주요국 등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인플레이션 및 델타 변이 확산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개월 연속 ‘내수 불확실성’ 언급…“대면 서비스 우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물 경제 불확실성을 꾸준히 언급해왔다.

이후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내수 부진 완화’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이어 5월과 6월에는 ‘내수 개선’으로 표현을 고쳐 더 긍정적인 의미를 담게 했다.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지난 7월부터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도 1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특히, 정부는 내수 관련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충격을 우려했다.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6% 올랐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기·수도·가스요금이 뛰면서 4개월 연속 2%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류·농산물 등 공급 측 변동 요인을 제거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1.7% 상승했다.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심리도 한풀 꺾였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2로 전월과 비교해 7.1포인트(p)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경제 상황 및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7월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6.5% 상승하면서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마감했다. 같은 기간 국내 승용차 내수 판매량도 14.9% 줄어들면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34.7% 늘었다. 이 수치는 지난 4월(276.3%→131.4%→116.3%)부터 세 자릿수대의 증가율을 보였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과거 코로나19 확산기와 달리 소비 지표가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7월 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대비 7.9% 늘어나면서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온라인 매출액도 45.9% 급증하면서 지난 3월 이후 40%대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온라인 소비 확대 등 경제 주체들의 소비 행태가 코로나19에 적응하면서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다소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카드 매출이 과거 확산기와는 다소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카드 속보 지표만으로 ‘내수 영향이 없다, 제한적이다, 타격이 가시화되지 않은 것이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업종별로 보면 대면 서비스업의 카드 매출이 유의미하게 줄었고 관련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수출 호조·고용 회복 ‘긍정적’…“경제 회복세 유지 총력”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모든 경제 지표가 꺾인 것은 아니다.

7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4만2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64세 고용률은 67.1%로 1.1%p 상승했고 실업률은 3.2%로 0.8%p 하락했다.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호조세를 지속했다. 7월 수출(잠정)은 전년 대비 29.6% 증가한 554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은 22억6000만 달러로 32.2% 늘었다.

6월 산업생산은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보다 각각 2.2%, 1.6% 증가하면서 전(全) 산업 생산도 1.6% 상승했다.

6월 주택시장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월(0.79%)보다 오른 0.85%였다. 전셋값은 0.59% 뛰면서 전월(0.4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5월 국내 금융시장은 국내외 코로나 재확산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로 주가와 국고채 금리는 하락, 환율은 상승(약세)을 기록했다.

김 과장은 “철저한 방역 대응으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기 회복세 유지에 총력 대응하겠다”며 “선제적 물가 관리와 민생 안정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우려보다 양호한 상황…4.2% 성장 달성할 것”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4.2% 달성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아직까지는 예상한 성장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4차 확산 이후 영향은 봐야겠지만 속보 지표로 볼 때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4%대 중반의 성장률을 제시했고 아직까지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4.2%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 향후 지표를 좀 더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장기화로 인한 영향에 대해서는 “음식과 숙박, 여가 관련 업종 등 대면 서비스업 중심으로 피해가 누적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과장은 “아직 7월 실물지표가 나온 것이 없어 구체적인 영향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이후 지표를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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