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인 ‘테슬라봇’을 개발하겠다고 19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차량 이후의 차세대 먹거리로 로봇을 지목하고 신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테슬라 인공지능(AI) 데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봇은) 인간이 원하지 않는 위험하거나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며 “내년 프로토타입이 준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우리의 차량은 어느 정도 지각이 있는(semi-sentient) 바퀴달린 로봇이기 때문에 테슬라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 회사”고 덧붙였다. 코드명 ‘옵티머스’로 명명된 로봇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인 ‘오토파일럿’과 인공지능(AI)을 고도화하는 슈퍼컴퓨터 ‘도조(Dojo)’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머스크는 ‘차량 이후 AI의 다음 단계’라는 프레젠테이션에서 테슬라봇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사양을 공개했다. 그는 테슬라봇에 대해 “인간 세계에서 친근하게 다닐 것”이라며 “가게로 가서 사람을 위해 식료품 등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아이로봇’에 나온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인간을 위한 심부름꾼 또는 조력자 역할이 예상된다.
테슬라가 공개한 테슬라봇의 사양은 키 5피트8인치(약 172cm), 몸무게 125파운드(약 56kg)에 시속 5마일(약 8km)으로 이동할 수 있다. 팔, 다리, 목, 관절 등에 30개의 전기 구동기를 달아 45파운드(약 20kg)의 짐을 운반할 수 있다.
이번 행사의 공식적인 목적은 AI 인재 유치였지만 정보기술(IT) 및 금융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공개할 신기술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특히 AI데이를 이틀 앞둔 17일 머스크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간형 로봇이 백덤블링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인상적이다(impressive)”라고 트윗을 남겨 로봇 관련 깜짝 발표가 예견되기도 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인수했다. 머스크의 연인인 가수 그라임스는 틱톡에 테슬라 로고가 붙은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테슬라는 로봇 외에도 슈퍼컴퓨터 도조를 위해 자체 설계한 반도체 칩 ‘D1’을 공개했다. 내년 가동 예정인 도조는 차량의 카메라로 수집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인식, 처리하는 AI를 고도화해 자율주행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초당 36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가진 D1칩 수천개를 조합해 초당 연산능력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머스크는 도조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슈퍼컴퓨터 5대 중 하나라고 자신했다.
행사장 밖에는 테슬라의 첫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실물로 전시돼 관심을 끌었다. 사이버트럭은 2019년 공개 후 사전예약만 100만대가 넘었지만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사이버트럭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시뮬레이션을 설명하는 영상에서도 자율주행차 가운데 하나로 깜짝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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