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조정에도 개미 ‘빚투’ 25조 역대 최고…‘반대매매 주의보’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23일 08시 03분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2021.8.20/뉴스1 © News1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2021.8.20/뉴스1 © News1
최근 증시 조정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신용융자 잔고)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어 우려감을 낳고 있다. 이달들어 대장주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들의 빚투가 2000억원 넘게 늘어난 게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시가 추가 조정을 받을 경우 반대매매가 급증해 신용융자가 증시 불안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611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들어서만 6조3898억원 증가했다. 최근 1년간 두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지난해 3월 코로나19 폭락장 당시와 비교하면 4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올해 초인 1월7일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5월에는 22조원대에서 주춤하는 듯했으나 이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25조원을 넘어섰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예탁증권 담보융자 잔고도 지난 18일 기준 19조430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인 지난 4월29~30일(20조4000억원) 기록에 근접했다. 예탁증권 담보융자는 올해 들어 2조9292억원 늘었다.

주식 관련 대출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부 증권사들은 관리에 나섰다. 한국투자, NH투자, 대신 등 다수 증권사는 신규 예탁증권 담보융자를 중단한 상태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에 비례해 신용공여 총액한도를 갖고 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신용공여 총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200%를 넘을 수 없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내부 기준을 마련해 관리한다. 지난해부터 주식 관련 대출 급증으로 신용공여 한도에 다다른 다수의 증권사들은 올해들어 신규대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과 같은 하락장에서는 주가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등으로 신용융자가 증시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수의 증권사들은 담보비율을 140% 내외로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기자금 5000만원과 대출금 5000만원을 합친 1억원으로 주식을 매입할 경우 대출금 5000만원의 140%인 7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계좌에 갖고 있어야 한다. 주식의 가치가 그 밑으로 떨어지면 추가담보(마진콜)를 받거나 반대매매를 통해 고객의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게 된다. 지난해 증시 폭락 당시에는 신용거래에 대한 반대매매가 쏟아져 나왔고 이로 인해 증시가 더 급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기도 했다.

통상 손실율이 30%를 넘을 경우 반대매매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치마크인 코스피 지수의 올해 고점(3316.08) 대비 조정 폭은 7.7% 정도지만 추가 조정이 이어질 경우 반대매매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고점 대비 하락 폭이 24.8%에 이르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31.8%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점도 변수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신용거래 융자의 이자율도 오를 수 있다. 현재 대부분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는 6~9%(90일 기준)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연내 테이퍼링(양적완화 점진적 축소)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증시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인상기에는 자산가격의 할인율이 높아지고 금융환경이 이전보다 타이트해지는 만큼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위험관리와 더불어 자산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현금과 유동성을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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