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가 올해 2분기(4~6월)에만 41조 원 넘게 불어나 사상 처음 180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경고에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계속된 영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은행 대출 규제의 ‘풍선 효과’까지 겹쳐 서민들이 많이 찾는 제2금융권의 부채도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 빚의 가파른 증가 속도뿐 아니라 질마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된 가운데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가계 빚, 1년 전보다 10.3% 급증
한은이 24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 원으로, 전 분기말보다 41조2000억 원(2.3%) 늘었다. 1분기 늘어난 36조7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더 커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8조6000억 원(10.3%) 늘어난 것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증가율이 10%를 넘은 것도 2017년 2분기(10.4%) 이후 처음이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가계대출과 결제 이전 카드 사용액을 더한 실질적인 가계부채를 뜻한다. 2019년 말 1600조6000억 원이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170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6개월 만에 1800조 원을 돌파했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가계 빚 증가세가 더 가팔라진 것은 치솟는 집값과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에다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생활고가 겹친 영향이 크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6월 말 현재 757조 원으로 1년 전보다 84조 원(12.5%) 늘었다.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사상 최대치다. 주택담보대출(948조3000억 원)도 전년 동기 대비 75조2000억 원(8.6%) 늘어 2개 분기 연속 8% 넘는 증가율을 이어갔다.
● 26일 금통위, 금리 인상 촉각
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취약계층이 많은 제2금융권의 대출도 빠르게 늘었다. 저축은행, 지역농협 등 비(非)은행권 가계대출은 338조5000억 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2.8% 늘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1.4%)의 2배에 이른다. 특히 비은행권 기타대출은 2분기에만 7조5000억 원 늘어 은행권 증가액(7조6000억 원)에 맞먹는다.
가계 빚 증가세를 잡기 위해 하반기(7~12월) 금융당국은 전방위적 대출 조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이미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과 지역농·축협 등은 일부 대출 중단에 나섰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은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대출을 조이는 총량 관리보다 내 집 마련 수요나 서민에게 타격을 덜 줄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은행들이 대출 중단보다는 심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원인은 그대로 두고 증가율만 억제하면 실수요자가 피해를 본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는 그대로 두고 규제만 하면 제2금융권이나 제도권 밖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심해진다”며 “코로나19 상황도 봐야 하겠지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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