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오그번은 문화가 기술 발전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을 문화지체로 설명한 바 있다. 일련의 산업혁명에 의해 비농업·도시 부문이 급속히 발전하는 데 반해 농업·농촌 부문의 변화가 뒤처져 나타난 농업·농촌의 저발전과 낙후된 현실도 일종의 지체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회 혁신이 기술과 제도가 맞물려 갈 때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농업·농촌에 대한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이유가 된다.
다행히 한국판 뉴딜의 기조에 맞춰 농촌재생뉴딜을 추진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온택트 확산과 일-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가치관으로의 전환은 농촌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가적 투자와 제도의 전환을 이끌어낼 당위성을 설명한다. 다만 농촌재생이라는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농촌재생은 고급기술화와 고차산업화를 통해 농업·농촌의 경제적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우선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여 스마트 팜과 스마트 농업을 육성하고자 하며, 그린 기술의 활용을 통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극대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여 농촌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 또한 농업을 2차, 3차산업과 결합하여 6차산업으로 고차화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자동화 및 플랫폼 기술과 접목하여 노동력 부족 문제의 해결과 농업 부문의 고부가가치화를 동시에 실현해야 한다.
둘째, 인구 감소에 따라 필수 생활서비스의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농촌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주거·교육·보육·돌봄·문화 등의 생활서비스 시설을 집적화하고 다기능화하는 한편 이 시설들이 초고속인터넷망과 첨단 정보기술(IT) 장비에 연결되도록 함으로써 삶의 질을 크게 높여야 한다.
셋째, 공간계획 개념이 부재하여 난개발이 난무하고 있는 농촌 지역에 농촌공간계획을 도입하여 농촌을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용도지역제를 정비하여 마을·축사·공장·태양광시설 등을 별도의 용도로 분리 배치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빈집을 정리하고 마을 하천 복원 등 마을의 생활 및 생태환경을 계획적·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이런 노력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협력하여 농촌형 집합주택(공공임대주택 포함)을 건설하여 주거 여건을 크게 개선하는 계획도 추진해야 한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농촌재생뉴딜과 농촌공간계획은 국토 관리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농촌을 소관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그린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농촌재생뉴딜은 수많은 도시민이 아름다운 농촌에서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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