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빅테크 겨냥 세계 첫 ‘인앱결제 금지’ 법안 법사위 의결
이르면 오늘 본회의 통과 전망, 특정 결제방식 강제 금지 담아
美상하원서도 비슷한 법안 발의돼… 구글-애플 “한국사업 위축시킬 것“
구글, 애플 등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사업자가 이용자들에게 자사 결제 시스템 이용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경우 앱 내에서의 결제(인앱결제)를 법으로 규제하는 세계 첫 사례가 된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법안은 25일 새벽 의결됐다. 지난달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의결된 지 한 달여 만이다.
국회가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것은 지난해 9월 구글이 그동안 모바일 게임에만 적용하던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의무화와 수수료 30% 부과를 모든 콘텐츠 앱에 적용한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앱을 통해 웹툰, 웹소설 등의 콘텐츠를 판매하는 중소 콘텐츠 사업자들이 100원어치 콘텐츠를 팔 때 30원의 수수료를 내게 돼 부담이 커졌다. 이는 결국 콘텐츠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에 따르면 주요 콘텐츠 사업자가 앱을 통해 올리는 콘텐츠 관련 연간 매출은 4조6988억 원에 달한다.
논란이 커지자 구글이 일부 대상에 대해 수수료율을 15%로 낮추고 적용 시점을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다. 앱 장터 시장 점유율 82%가량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구글, 애플을 규제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과방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구글, 애플과 같은 앱 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에 대해 인앱결제와 같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시키거나 삭제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조율이 끝난 상황이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만큼 이르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앱 개발사들이 자체 결제 시스템 등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수수료 부담도 연간 수천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는 지난해 국내 모바일 앱 매출액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기업 246곳이 구글에 내는 수수료를 1조529억 원으로 집계했다. 4분기(10~12월)부터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및 수수료 인상 조치가 시작될 경우 수수료 부담이 지난해보다 최대 3442억 원이 늘어나고, 내년부터는 수수료 증가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국회의 법안 처리는 세계 첫 사례여서 미국 유럽 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달 미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에서 한국과 비슷한 내용의 ‘오픈 앱 마켓 법’이 각각 발의된 상태다. 6월 영국과 독일에서도 인앱결제 강제에 대해 반독점 행위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 시간) 한국 국회의 법안 논의를 집중 조명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빅 테크 기업들을 억누르려는 상황에서 외국(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구글과 애플에 강한 규제를 적용할 때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는 것이다.
구글, 애플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한국에서의 사업을 위축시키는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산업협회(ITI) 한국지부인 ITI코리아 측은 “국회와 정부가 헌법이 보장하는 민간 기업의 ‘영업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인앱결제(In-App Purchase)
모바일 게임, 웹툰 등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 구글 등 사업자가 수수료율을 정하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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