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자영업자 ‘초비상’…대출절벽에 금리인상까지 ‘다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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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26일 10시 41분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뉴스1 DB © News1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뉴스1 DB © News1
지난해말부터 빚투(빚내서 투자)를 시작한 30대 직장인 A씨는 앞으로 생활비를 줄이기로 했다. 시중은행에서 1억2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아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했던 외식은 격주로 줄일 계획이다. 그런데 금리가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소식에 또 어떤 생활비 항목을 줄여나가야 할지 고민이 크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요즘 밤잠을 설쳤다. 월 고정 비용이 350만원을 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 마당에 대출 금리도 오르게 생겼다. 그동안 간신히 하루하루 버텨왔는데 늘어날 이자 부담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자신의 상환능력 이상으로 빚을 끌어다 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빚투(빚내서 투자)’족과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빚으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의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조만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이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누적으로 최소 0.50%p, 최대 0.75%p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은행권의 대출 중단 및 한도 축소가 잇따르고 주식 등 투자자산 가격이 조정 국면에 놓인 가운데 금리 인상 부담까지 겹치면서 기존 대출자들에게 3중고의 파고가 들이닥친 셈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8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0%에서 0.75%로 인상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발(發) 금융시장 패닉을 진정시키고자 ‘빅컷’(0.50%p 인하)을 전격 단행해 기준금리를 연 0.75%로 낮췄고 같은 해 5월 정례회의에선 연 0.50%로 0.25%p 추가 인하한 후 0.50% 기준금리를 유지하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국은행은 1800조원 마저 돌파하며 눈덩이 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의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다. 금융당국도 부동산 ‘영끌’ 대출,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부동산과 주가 등의 자산 거품을 만들었다고 보고 이 거품을 줄이기 위해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대출 금리가 오르게 되면서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커지게 됐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가계 대출자 10명 중 8명이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1.5%다.

특히 빚투·영끌족과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가 0.25%p 올라가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2조9000억원, 0.50%p 오르면 5조9000억원, 1.00%p 상승하면 11조8000억원 늘어난다.

게다가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의 금리는 1금융권보다 높다.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423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영업자다. 다중채무자의 대출금액만 517조6000억원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자들에게 더욱 크게 영향을 주는 이유는 빚투족의 특성과 자영업자가 처한 현실도 한몫한다.

빚투는 아직 재산 형성이 불완전한 20·30대가 주로 이끌어 왔다. 올해 1분기말 국내 은행 대출 규모를 보면 20대가 43조6000억원, 30대는 216조원으로 빚투가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 말(20대 35조6000억원, 30대 190조4000억원) 대비 각각 22.47%, 13.44% 증가했다.

자영업자의 경우도 코로나19 여파로 부채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에 이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말 기준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1조8000억원이고 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을 동시에 받은 차주의 대출 잔액 비중은 84%다. 3월 말 기준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는 245만6000명으로 1인당 대출액은 평균 3억3868억원이다.

‘대출 절벽’에 금리인상기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폐업 외엔 답이 없다’는 절망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오는 9월까지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를 해주고 있는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제도권 금융권에서 대출돌려막기 마저 못하게 되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위험성도 커지게 된다.

또다른 문제점은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전날(24일) 한국투자전략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8월과 11월 연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상뿐 아니라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어 빚투족이나 자영업자 등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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