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디지털, 키옥시아 인수 임박”
양사 글로벌 점유율 32.6% 달해… 삼성전자 33.4%에 0.8%P 차이
인텔 낸드분야 인수로 2위 노렸던 SK하이닉스도 19.6%로 3위 밀려
“中당국 최종승인 힘들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 재편은 예견됐던 일”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한 축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자국화 전략’이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낸드플래시 점유율 3위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사가 2위인 키옥시아(옛 일본 도시바메모리)를 조만간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해당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와 200억 달러(약 23조3000억 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9월 중순경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WSJ는 “미국 정치권이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딜은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정책 및 중국에 대한 경쟁력 확보 전략과 맞는다”고 분석했다.
키옥시아는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분사로 설립된 도시바메모리가 사명을 바꾼 회사다. 웨스팅하우스 파산, 분식회계 등으로 경영난에 빠진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을 분사시킨 뒤 지분 49.9%를 한미일 컨소시엄(SK하이닉스, 베인캐피털, 일본산업혁신기구)에 매각해 현 키옥시아가 됐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재편이 이뤄진다. 글로벌 D램 시장은 업체들의 치킨 게임으로 삼성전자(올 1∼3월 기준 점유율 41.2%), SK하이닉스(28.8%), 마이크론(24.3%) 등 3강 체제가 굳어졌다. 하지만 낸드 시장은 확고한 1위 삼성전자(33.4%)를 제외하면 상위 5위권 업체가 모두 10%대 점유율로 각축을 벌여 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 시장은 올해 1∼3월 기준 삼성전자에 이어 2위 키옥시아(18.4%), 3위 웨스턴디지털(14.2%), 4위 SK하이닉스(12.2%), 5위 마이크론(11.9%), 6위 인텔(7.4%) 순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10조3000억 원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를 깜짝 발표하며 시장 주도권 경쟁에 불을 붙였다. SK하이닉스가 올해 말까지 주요 8개국 중 중국만 남겨두고 있는 반독점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인텔 낸드 부문 인수를 완료하면 시장점유율 19.6%로 단숨에 2위로 올라서게 되는 구도였다. 그러나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치면 점유율 32.6%로 SK하이닉스와 인텔을 합친 것보다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삼성전자(33.4%)에도 육박하게 된다. 이번 인수가 실현되면 글로벌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의 3강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웨스턴디지털의 키옥시아 인수 시도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가속화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자국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 위주로 형성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WSJ는 다만 기업가치가 약 19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이 20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의 합병 거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키옥시아가 당초 계획대로 기업공개(IPO)에 나서거나 다른 회사와의 합병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성장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D램 시장과 같이 글로벌 대기업에 의한 3파전으로 평정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며 “다만 일본과 중국의 승인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구조적인 재편이 쉽게 마무리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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