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공택지에 ‘누구나집’
10년뒤 분양 전환가 미리 확정
가격 올라야 입주자-사업자 이익
하락땐 정부-건설사 부담
집값의 10%만 내고 10년 동안 임대로 살다가 분양받을 수 있는 ‘누구나집’ 6000여 채가 인천 검단신도시와 경기 의왕·화성 등 수도권에 들어선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취지지만 집값 하락 시 민간 건설사와 정부가 손실을 떠안는 구조여서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고 나랏빚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도시공사(iH)는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누구나집을 공급할 민간 사업자를 8일부터 15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누구나집은 인천 검단신도시 4225채, 경기 의왕 초평지구 951채, 화성 능동지구 899채가 지어진다.
누구나집은 올 6월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청년, 신혼부부 등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제안한 모델이다.
입주자는 보증금 명목으로 분양가 10% 이상을 내고 시세 85∼95%의 임대료를 내고 거주하다 10년 후 분양으로 전환해 집을 소유할 수 있다. 분양 전환 후 집값 상승분은 전액 입주자가 가져간다.
이때 분양가는 입주자 모집 시점에 미리 확정된다. 건설 원가 수준인 감정가에 민간 사업자의 적정 수익(연 1.5% 이내)을 더한 금액이다. 입주자 모집 후 분양 전환까지 약 13년 걸린다고 가정하면 건설사 적정 수익은 감정가의 약 20% 수준으로 예상된다. 민간에 수익을 보장해 사업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취지다. 이 때문에 누구나집의 분양가는 일반 공공분양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누구나집 분양가는 10년 후 분양가이기 때문에 같은 시기 공급되는 공공분양과 단순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누구나집은 집값이 하락하면 입주자는 분양 전환을 포기하고 보증금은 전액 돌려받으면 된다. 하지만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 대부분은 민간 사업자와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 집값이 올라야 입주자와 사업자가 이익을 보는 구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간 사업자 수익은 제한되지만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 보전 방안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사업비 30% 이상을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조달하는 구조라 예산의 한계로 누구나집 공급을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올 11월까지 누구나집 시범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르면 2023년 입주자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인 입주자 선정 방식은 입주자 모집 시점에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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