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론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 이론을 통해 혁신의 본질은 창조와 파괴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혁신 기술 역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면서 기존 시장 구조를 파괴하고 기존 기술을 대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기술 혁신이 노동시장에 가져올 수 있는 크고 부정적인 파급 효과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17년 논문에서 미국 전체 직업의 절반가량이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생애주기 동안 자산과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미국 연방준비은행,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대), 미네소타대 공동연구팀은 금융시장 환경에 따라 장기적으로 노동 소득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자산관리 모형에 대해 연구했다. 이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근로자의 노동 소득이 늘어나거나 반대로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노동 소득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 모두 적용될 수 있어 최적의 생애주기 전략을 수립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금융 시장의 주식 가격은 경제 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매우 큰 반면 노동 시장은 경제 상황과 시차를 두고 금융 시장과 장기적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지난해 코스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인해 10여 년 전 수준인 1,400 선까지 폭락했다가 최근 다시 반등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지난해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임금 근로자의 시간당 실질 임금 상승률은 2008년 이래로 1%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노동 소득은 팡팡 튀는 주식 가격에 비해 완만하게 변화한다.
이 같은 노동 소득의 특성을 고려하면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산 규모가 작고 장기적으로 노동 소득이 줄어들 위험이 있는 개인의 경우 주식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다. 이는 모든 개인이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기존의 연구 결과와는 다른 해석이다.
4차 산업혁명이 과연 노동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자동화로 인한 인력 감축과 임금 하락이라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이 연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과 노동 소득이라는 두 변수는 단순히 하나가 증가하면 다른 하나가 바로 감소하는 단기적인 상관관계로만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두 변수 사이에 존재하는 장기적인 상호성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또 각 개인이 향후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수 있는 노동 소득 변화에 대비하려면 보유 중인 자산 크기와 장기적인 노동 소득 위험 노출 정도에 따라 위험 투자 비중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