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소지 시정 안하면 엄정대응”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은행, 카드사 등 기존 금융권에 비해 규제 문턱이 낮았던 빅테크 금융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 위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는 (빅테크에 대해) 동일 기능, 동일 규제를 여러 차례 이야기했고 그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는 은행, 보험, 증권 등 업권별로 동일한 영업 행위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동안 당국이 금융 혁신을 위해 빅테크의 금융 진출을 허용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주면서 전통 금융권에서는 “역차별을 받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컸다.
금융위는 7일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금융 플랫폼의 상품 추천·비교 서비스를 ‘중개 행위’로 판단하고 24일까지 이를 중단하거나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등록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9일 금융위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핀테크 13곳과 간담회를 열고 “위법 소지를 시정하지 않으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네-카株 이틀째 급락… 시총 19조원 사라져
빅테크 규제강화
빅테크·핀테크 업계는 24일 종료되는 금융소비자법 유예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금융위는 “법 시행 전부터 수차례 방침을 알렸다. 연장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당국이 문제 삼은 보험, 펀드 등의 추천 서비스를 모두 하고 있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정의 빅테크 규제 우려에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는 이틀째 급락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7.22% 급락한 12만8500원에 마감해 6월 9일 이후 처음 13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네이버도 2.56% 내린 39만90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시가총액도 이날 각각 4조4400억 원, 1조7200억 원 줄었다. 8, 9일 이틀간 두 기업의 시총은 19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한국거래소가 카카오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9일 하루 카카오의 공매도 거래가 금지됐다.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면서 전날 카카오 공매도 거래 대금(1759억 원)이 전 거래일의 17배로 치솟은 여파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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