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늘려도 ‘부처간 칸막이‘에…주거취약계층 수혜 21%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3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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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이날 KB부동산 리브온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수도권 KB아파트 월세지수는 106.5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월세지수 역시 지난달 107.0으로 관련 통계를 발표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12일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이날 KB부동산 리브온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수도권 KB아파트 월세지수는 106.5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월세지수 역시 지난달 107.0으로 관련 통계를 발표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주거복지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내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면서 늘어난 예산의 대부분을 주거복지에 투입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하지만 이런 정부 지원 노력이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국책연구소의 분석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각종 지원책에 대한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제 수혜자가 주거취약계층의 20%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주거복지 예산 대폭 증가…국토부 내년 증액분 대부분 할당


국토부는 최근 내년도 예산안으로 60조9000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올해(57조1000억 원)보다 6.8%(3조8000억 원)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이다. 내년도 정부 전체 총지출 604조 원의 10.1%에 달하는 막대한 수준이다.

올해보다 늘어난 예산의 대부분은 주택·기초생활보장 등 주거복지 분야에 할당됐다. 증액분의 78.9%에 해당하는 3조 원으로, 올해보다 8.6% 증가했다. 반면 도로·철도 등 전통적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3.9%(8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복지 분야가 전체 국토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62.2%)보다 내년(63.2%)이 1%포인트(p) 커졌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과 양극화 등을 고려해 주거 취약계층 지원과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분야에 중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거급여 예산이 1조9879억 원에서 2조1819억 원으로 증액된다. 선정 기준이 상향돼 수급 대상이 확대됐고, 기준임대료가 최저보장수준 대비 95%에서 100%로 현실화된 점이 반영됐다.

임대주택 건설단가와 매입·전세임대주택 지원단가도 인상된다. 내년에 공공주택 21만 채 공급이라는 목표 달성과 좋은 입지에 임대주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특히 다가구매입임대 출·융자가 올해 6조4089억 원에서 내년 9조156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무주택 실수요자 지원을 위한 구입자금 융자와 전월세자금 융자 지원도 계속된다. 또 무주택 청년의 주거불안 해소를 위해 최대 1년간 월세를 20만 원까지 지원하는 청년 월세 한시지원 사업도 신규로 추진된다.

● 전체 가구의 15%가 주거취약계층…절반 이상 월세 거주


문제는 이처럼 정부가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연구원이 오늘(13일) 발행한 ‘국토정책브리프’에 실린 보고서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연계 강화방안’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주거취약계층은 292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구(2000만 가구)의 14.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 주택에 살면서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30%를 넘는 ‘주거비 부담 과다’ 가구였다. 또 고시원 판잣집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비주택가구에 거주하는 가구도 포함돼 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인 56.6%가 월세로 살고 있으며, 전세도 32.7%나 됐고, 자가는 7.4%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가구는 자가가 58.0%로 가장 많았고, 월세(23.0%) 전세(15.1%)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월세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주거안정성이 낮다는 의미이다.

● 쏟아지는 지원책, 대상자의 21%만 수혜


이들을 위해 추진되는 정책들은 매우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모두 국토부가 주관부처이지만 기획재정부 등 다수의 정부부처와 LH, 건강보험관리공단 등 정부 산하공기업들이 관련돼 있다.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해서는 국토부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LH △주거급여는 국토부와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주택개량은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주거복지서비스는 국토부, 복지부, LH, 건보공단 △금융지원은 국토부와 기재부 등이 각각 연관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은 이같은 정부 지원책에 대해 대부분(88.5%)이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수혜를 받고 있는 가구는 전체의 21.0%에 불과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강미나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거취약계층 대상 정책업무와 사업은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으며, 정부 부처 및 정책 간, 그리고 관련기관 간 연계·협력 요구가 오랜 기간 지속돼 왔으나 실제 연계·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못하다”고 평가했다.

부처간 칸막이 현상으로 비효율이 발생하면서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기관별로 대상기준이 다르고, 상호 정보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주거지원책의 사각지대도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부처 간 칸막이 뛰어넘을 방안 마련돼야


이런 문제의 발생원인으로 설문조사 결과 업무 담당자들은 연계할 수 있는 관련 부처와 담당자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잔업 및 부가적인 일이 많아진다’ ‘예산배정이 어렵다’ ‘성과에 대한 평가와 인센티브 부족’ ‘정보시스템 접근성 미비’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담당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업무의 단순화와 매뉴얼화’가 필요하며,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 구축과 예산 배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연구원은 이런 결과들을 토대로 △(주거지원사업의) 연계·협력 강화를 위한 법령 정비 및 제도 관련 인프라 구축 △관련 기관의 사호 이해도 제고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한 사업기획 및 수행 △관련 데이터 정보 시스템 개선 등을 제안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매년 주거취약계층 지원 관련 예산이 확대되고, 대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면서도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사각지대나 중복 수혜자가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한 ‘칸막이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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