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 회장이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라면시장 1위에 도전하기 위해 제2의 신라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 회장은 고 신춘호 회장이 평생 일군 신라면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면서 K푸드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14일 내놓았다.
7월 회장에 취임한 신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신라면의 인기가 치솟았다”며 “두드러진 변화는 미국인들이 신라면블랙을 간식이 아닌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신라면은 미국에서 한인 마트나 아시안 마켓보다 현지 대형 유통체인인 코스트코와 월마트에서 훨씬 많이 팔리고 있다. 라면 본산지인 일본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집 안에서 식사하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신라면과 짜파게티 너구리 등 농심 인기가 꾸준하다.
신 회장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젊은 직원들로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MZ세대들이 자유롭게 신제품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며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이 제2의 신라면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 제품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8.2% 증가한 1940억 원어치의 매출액을 올렸다. 일본에서도 429억 원, 호주에서는 171억 원의 매출을 거둬 각각 11.6%의 신장세를 나타내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신 회장은 “올해 말 준공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제2공장이 가동되면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 등 남미 시장에 연간 8억5000만 개의 라면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 작고한 창업주 신춘호 회장은 라면 신제품 개발에서부터 광고 카피 등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겼다. 신 회장은 “그동안 잘해 온 것은 계속 잘해 나가고 부족한 것은 개혁해 더욱 좋은 성장을 일궈나갈 것”이라며 “선친의 뜻을 이어 글로벌 라면시장에서 확고한 1위로 발돋움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7월 취임사에서 ‘미래&성장’을 농심 경영의 청사진으로 강조했다.
신 회장은 라면에서 한 단계 나아가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플랜을 공개했다.
그는 “건강기능식품과 대체육, 비건 식품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키워 나가겠다”며 “특히 콜라겐 사업의 경우 농심의 단백질 기초연구 역량을 사업적으로 재편하고 확대한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콜라겐 사업은 지난해 3월 제품을 선보인 후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단백질 등 좋은 성분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지금까지 누적 매출은 400억 원을 넘어섰다.
신 회장은 “대체육과 비건 식품도 농심의 콩단백 개발 역량을 토대로 개발했다”며 “국내 어떤 기업보다도 연구 역량이 뛰어난 R&D센터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17일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고의 라면(the best instant noodle)’에 신라면블랙을 꼽았다. 고 신춘호 회장이 주도해 개발한 신라면블랙을 이제 아들 신 회장은 건면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건면은 맛이 없다’는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신라면 맛에 건면을 접목한다면 맛있는 건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품 개발에서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챙겼습니다.”
신 회장은 젊은 세대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말 e스포츠팀인 ‘레드포스’를 창설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팀인 레드포스는 롤드컵(LOL월드챔피언십) 선발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그는 “e스포츠 사업으로 젊은 소비자와 더 가깝게 소통하고 호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 회장은 “앞으로 MZ세대의 새로운 취향을 연구하고 급증하는 1인 가구와 노인 가구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으로 ‘룬샷’(사피 바칼 저)과 ‘Think Again’(애덤 그랜트 저)을 꼽았다. 신 회장은 “얼핏 보기엔 어리석다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큰 위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서 계속 의심하고 다시 생각해보는 유연한 사고를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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