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벤처붐이다. 작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벤처투자는 올해 상반기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4000억 원이 많은 약 3조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벤처기업의 고용은 약 70만 명으로 4대 대기업 전체 고용보다 많다. 유니콘 기업은 올해만 4개가 새로 탄생하여 15개가 됐고 우아한형제들, 하이퍼커넥트 등 수조 원대의 글로벌 인수합병(M&A)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제2의 벤처붐은 국내 지표로 한정되지 않는다. 세계가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대기업 중심의 대한민국 경제 구조가 스타트업의 산실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국내 벤처캐피털들에 제2의 쿠팡을 찾아달라는 해외 벤처캐피털의 요청이 늘었다. 야놀자에 2조 원을 투자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파트너는 “과거에는 한국에 투자할 기업들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곳곳에 우수한 스타트업이 많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세계적인 스타트업 축제로 발돋움한 컴업에는 전 세계 37개국, 783개 기업이 신청해 10.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러한 제2의 벤처붐을 지속·확산시키기 위하여 8월 ‘글로벌 4대 벤처강국 도약을 위한 벤처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벤처강국에 세계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인들이 벤처강국으로 대한민국을 떠올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대책이다. 핵심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우수한 인재와 충분한 자본이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의 세부담을 대폭 낮추고, 벤처에 대한 지원이 지속될 수 있도록 10년마다 연장해 온 벤처특별법의 일몰제도는 폐지하기로 했다.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정부의 모태펀드가 3년 동안 1조 원의 충분한 마중물을 공급하되, 투자시장 전체로는 민간자금이 확대될 수 있도록 모태펀드의 수익구조는 민간에 더 유리하도록 바꿀 예정이다. 또 창업, 벤처투자, 회수에 이르는 선순환 구조가 되도록 회수시장에 자금 유동성을 공급하고, M&A 관련 세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제2의 벤처붐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는 벤처, 스타트업들의 도전과 열정이 꺾이지 않고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생태계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제1의 벤처붐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고, 다시 한 번 벤처붐을 이룰 수 있었다. 대책 발표와 함께 대통령께서 벤처인들을 격려하고 벤처생태계의 성장과 미래를 바라보는 K+벤처 행사가 있었다. 행사의 슬로건은 ‘We’ve got a plan’으로 영화 기생충의 대사,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였다. 정부도, 벤처인들도, 우리에게는 계획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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