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소형 추진선 상용화 필두로… 2027년 대형 수소운반선 실증 목표
상용화 앞당겨 표준경쟁 우위 노려… 블루오션 원천기술 확보 주력
조선업계 ‘맏형’ 한국조선해양이 수소 선박 기술 선점에 나섰다. 정부와 업계가 2030년 이후로 봤던 수소 선박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겨 글로벌 기술 표준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소 선박은 액화수소를 운반하면서 수소 일부를 추진연료로 활용하는 선박을 말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와 수소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소모빌리티+쇼’에서 현재 개발 중인 상업용 액화수소 운반선의 상세 제원을 공개했다. 길이 166m, 너비 25.6m에 탱크 용량 2만 m³급의 수소운반선을 200 대 1 축척 모형으로 선보인 것이다.
이 자리에서 만난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유병용 상무는 “차세대 수소 선박의 핵심은 액화수소 탱크”라며 “우선 연안여객선 등 소형 선박에서 수소 추진선 기술을 상용화한 뒤 탱크 및 연료공급 시스템을 고도화해 2027년 세계 최초 대형 액화수소 운반 실증선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23년 소형 수소추진선을 상용화하고, 2027년 대형 수소운반선 실증을 완료할 계획이다. 업계가 보는 상용화 예상 시점보다 빠르다. 특히 2만 m³급 이상 상업용 액화수소 운반선은 수소 선박 상용화의 분수령이다.
무탄소 선박으로 주목받는 수소 추진선도 수소 운반선을 먼저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서 LNG 추진선 기술이 파생됐듯이 연료 저장탱크(화물창) 개발이 선행된 후에 화물(연료) 일부를 선박 동력으로 활용하는 추진선 개발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2030년부터 액화수소의 해상 운송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인증기관인 DNV에 따르면 액화수소 운반선 발주량은 2030년 9척에서 2040년 51척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소 선박은 아직 국제표준도 마련되지 않은 블루오션이다. 선박이 바다를 항해하려면 IMO 규정에 따라 건조돼야 하는데 수소선박은 규정 자체가 없어 기술 실증이 성공하면 표준 선점에 유리하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초부터 한국선급과 시작한 수소선박 표준 개발을 내년 마무리하고 IMO에 제시할 계획이다. 원천기술로는 내년 선박용 액화수소 탱크 시범 제작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수소 연료공급 시스템과 엔진 개발을 차례로 진행할 예정이다.
차세대 선박 표준 개발에 앞장선 이유는 앞서 가스선에서 얻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 액화석유가스(LPG) 등에서 세계 최고 건조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화물창 등 핵심 기술은 외국 기업에 막대한 로열티를 내주고 있다. 2000억 원대의 LNG 운반선 한 척을 만들면 프랑스 GTT에 로열티로 100억여 원(약 5%)이 나간다.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조선사 처음으로 ‘조선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로 전환을 시작했다. 자회사 현대중공업이 건조 및 엔진사업에 집중하고, 한국조선해양은 ‘통신분야 특허공룡’ 퀄컴같이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조선사들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에 조선 주도권을 빼앗긴 일본은 2019년 소형 액화수소 운반선을 건조하고 지난해부터 시험 운항에 나섰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은 올 6월 세계 최대 용량의 액화수소 탱크(4만 m³)를 개발하고 자국 해사협회에서 설계 기본인증(AIP)을 취득했다. 수소 추진선의 또 다른 축인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는 노르웨이, 독일 등 유럽 선사들이 10년 전 소형 수소선박 건조를 마치고 대형 수소 추진선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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