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핏’ 운전석에 엔진 소리까지…비행기 활주로를 달리는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2일 14시 26분


기아 첫 전용 전기차 ‘EV6’ 시승기

지금 계약해도 내년 말이 돼야 받을 수 있는 차가 있다. 보통이라면 다른 차종 또는 브랜드로 눈길을 돌릴 법하지만 이 차만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아직까지는 대체할 수 있는 차가 마땅치 않다.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 이야기다. 추석 연휴를 맞아 17~22일까지 EV6를 시승해 봤다.

EV6의 외관은 그동안 기아가 출시했던 차들과는 색다르다. 올해 1월 등장한 기아의 새 로고가 없다면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져 왔을 법한 미래 지향적인 모습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달리 묵직하지 않은 크기에 실용성은 SUV에 버금가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세단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까지 했던 겉모습은 전체적으로 곡선을 살리며 ‘세련된 볼륨감’을 떠올리게 했다.

시승차는 롱레인지 4륜구동(AWD) GT라인 모델이었다. 차량을 수령했을 때 확인한 누적 주행거리는 124㎞. 새 차나 마찬가지였기에 다양한 경로를 달려봤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뼈대) ‘E-GMP’ 기반의 차답게 전체적으로 낮게 형성된 안정감 있는 무게 중심, 마치 양탄자를 넓게 깐 것처럼 느껴지는 널찍한 공간감은 마음에 들었다. 약간 과장을 보태면 조수석과 그 뒷좌석의 승객이 동시에 다리를 거의 뻗는 것도 가능한 수준이다. 운전석을 비행기의 조종석(콕핏)처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도 실제 차량 주행 때 안정감을 더해줬다. 운전석을 감싸는 듯한 클러스터(계기판) 및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전기차 전원버튼, 변속 다이얼이 갖춰진 중앙 콘솔(보관함)이 운전 중 크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도 한 번에 시야에 들어오도록 꾸며졌다.

하지만 같은 E-GMP를 썼더라도 기아는 EV6만의 특징을 여럿 반영했다. 시승차 기준 5초에 채 못 미치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뿜어내는 고성능은 기본이고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은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주행 중 소음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주행 모드에 맞춰 3가지의 ‘부우웅’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감을 느낄 때 마치 공항 활주로에서 이륙 전 전 속력을 내는 비행기를 모는 듯한 느낌이었다.

EV6는 전체적으로 좋은 차가 맞다. 곳곳에서 탑승자는 물론 차 외부의 사람까지 배려한 섬세함도 돋보였다. 주차장과 이면도로에서 후진할 때 화물차 후진 때 들었던 경고음이 난 것. 처음에는 다른 차에서 나는 소리인줄 알았지만 “얘도 뒤로 갈 때 소리가 나네”라는 가족의 얘기를 듣고서야 깨달았다. 외부에서 주행 소리를 듣기 어려운 전기차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또한 각종 화학 물질들이 내뿜는 특유의 ‘새 차 냄새’도 없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와 아마씨앗 추출물로 매트, 시트, 조명 등을 만든 덕분이다.

22일 정오 기준 780㎞를 달렸다. 656㎞를 주행하면서 모두 3번 초고속 충전했다. 배터리가 부족해서라기보다 다음날 운전을 위해 미리 전력을 채워뒀다. 현대차가 올해 개설한 초고속 충전소 ‘현대EV스테이션 강동’에서 각 10분 남짓씩 충전하고 모두 2만7432원을 냈다. 초고속 충전한도 80%까지 채우자 385㎞를 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떴다. 시승차 기준 1회 충전으로 고속도로, 도심 복합 403㎞를 갈 수 있다. 가격은 세제혜택 반영 기준 568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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