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3000억 원에 이르는 분양 수익을 올린 것은 민간 출자자 전체 지분을 기준으로 택지를 우선 공급하는 제도상의 허점을 파고든 결과로 풀이된다. 민간 출자자들이 우선 공급받은 택지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법 규정은 없다. 지분 1%에 불과한 화천대유가 이런 점을 간파하고 택지 우선 공급 후 땅을 독식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지분 1%로 대장동 택지 30% 차지
동아일보가 24일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과 화천대유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화천대유가 수의 계약으로 매입한 택지는 아파트 부지 4곳(A1·2·11·12블록)과 연립주택 부지 1곳(B1블록) 등 총 5곳이다. 면적이 12만8879m²로 대장동에서 조성된 전체 택지(42만7906m²)의 30%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은 화천대유가 택지를 우선 공급받은 게 특혜라는 지적에 대해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된 민영주택용지 출자자 우선공급제도에 따른 것”이라며 “불법적인 사항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실제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은 2012년 개정됐다. 민관 공동 개발에 참여한 민간 사업자들은 출자자 지분 이내에서 택지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다. 당시 주택 경기가 부진해 개발 사업에 대한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 같은 인센티브를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대장동 개발에서 민간 사업자 중 유일하게 화천대유만 이런 혜택을 누렸다는 점이다. 개발사업 시행사 격인 ‘성남의뜰’에 출자한 민간 사업자는 7곳으로 이들이 가진 지분은 총 49%다. 하나은행 지분이 14%로 가장 많다.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동양생명보험이 각각 지분 8%씩 갖고 있다. 이어 SK증권(6%), 하나자산신탁(5%), 화천대유(1%) 순이다.
민간 사업자 중 지분이 가장 적은 화천대유가 우선 공급 택지를 모두 차지할 수 있었던 건 배분 방식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공급 뒤 누가 얼마나 가져갈지는 출자자들 간 자율적인 협약으로 정하면 된다. 민간 출자자뿐만 아니라 성남의뜰 최대주주인 성남도시개발공사도 화천대유가 우선 공급 택지를 모두 가져가는 데 동의했다는 뜻이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시행업계에서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지만 공영개발 취지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 택지 싸게 매입 후 시세대로 분양
화천대유는 우선 공급받은 5개 택지에서 직접 주택사업을 했다. 화천대유가 시행한 아파트는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A1·2블록), ‘판교더샵포레스트’(A11·12블록)로 2018년 12월 3.3m²당 2000만 원대 초반 가격에 분양했다. 2014년 대장동 공영개발 구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3.3m²당 1100만 원대로 분양가를 정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분양가는 이보다 900만 원 이상 높았다.
화천대유가 이달 16일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인 ‘판교SK뷰테라스’(B1블록)의 3.3m²당 분양가는 3613만 원에 이른다. 이 같은 분양가는 대장동에서 공급된 단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8년 이후 급등한 시세에 따라 분양가도 대폭 올린 것이다. 이처럼 고가 분양이 가능한 건 화천대유가 시행한 5개 단지 모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당시 분양가상한제는 공공이 개발한 택지에만 적용됐다.
시행업계에서 추산한 화천대유의 분양수익은 최소 3000억 원이다. 2년 전 분양한 아파트 단지에서 거둔 수익 2352억 원에 더해 이달 분양한 ‘판교SK뷰테라스’에서 적어도 650억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통상 분양매출에서 시행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10%를 조금 넘는데, 화천대유가 수의계약으로 땅을 싸게 매입한 만큼 분양매출의 15∼20%가 수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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