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카카오뱅크, 은행업을 재정립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8일 03시 00분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카카오뱅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내에서 가장 완벽한 사업자가 시작한 완전한 은행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단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남겨야 한다면 카카오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결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시장은 선점 효과와 고객 수만으로 시장을 장악한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의 새로운 시도들을 선점했고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고민했다. 그 결과 가입자 수와 실사용자 수에서 모든 뱅킹 앱을 압도한다. 모바일 플랫폼의 효용이 금융 산업의 위협이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이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를 파고들었다. 금융 상품에 재미와 감성, 사회적 기능을 최초로 접목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 요소를 지닌 ‘26주 적금’, 사회적 기능을 탑재한 ‘모임 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모임 통장을 계기로 기존 카카오뱅크의 약점이었던 40∼60대의 유입이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은행의 네트워크 구조는 고객과 은행이 일대일로 연결되는 선형 구조를 보인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상품 혁신을 통해 한 고객을 중심으로 다른 고객에게 서비스가 확대되는 네트워크형 구조다. 이러한 형태는 고객 간의 연결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카카오톡의 성공 사례 중 하나인 단체 채팅방의 네트워크 확장 효과와 유사하다.

이렇듯 카카오뱅크는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될 ‘제3자 중개 역할’을 가장 먼저 시도하고 있다. 외부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한 생태계 구축과 카카오페이와의 협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외부 커머스와의 제휴에서 카카오뱅크는 다른 은행보다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모바일 뱅킹에서 압도적인 트래픽과 높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비중 때문이다. 트래픽 증가와 신규 고객 유입 효과로 프로모션 비용은 제휴사가 부담한다. 제휴의 목적은 단기 수익 모델 창출보다는 트래픽 증가와 고객과의 연결을 이끌어내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마케팅 강화라고 보는 게 맞다. 전형적인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플랫폼의 DNA와 전략이 엿보인다.

국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과정을 살펴보면 사실상 중국의 모델을 벤치마크하고 있다. 실제 이들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과 카카오페이에 모두 초기 지분 투자를 했다. 비교 분석 대상은 미국도 유럽도 아닌 중국이다. 따라서 그에 맞는 밸류에이션(가치 평가)도 필요하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대륙의 디지털 은행 중 상장된 회사는 6%뿐이다. 글로벌 펀드들이 카카오뱅크 상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군다나 최근 중국 감독당국이 핀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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