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남성 이모 씨(31)는 당분간 결혼 생각이 없다. 신혼집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기보다 월세방에 살더라도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어서다. 그는 “‘초라한 기혼보다 화려한 싱글’이 낫다”며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보다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먼저 불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지난해 30대 남성 가운데 미혼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비혼을 택하거나 취업난과 집값 급등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27일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662만7045명) 가운데 미혼인구는 281만5227명(42.5%)로 조사됐다. 미혼인구 비중은 5년 전과 비교해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했지만 30대 미혼율은 2015년(36.3%)보다 6.2%포인트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30대 미혼 인구 비중은 1990년 6.8%, 2000년 13.4%, 2010년 29.2%로 늘어난 뒤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에션학부 교수는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집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30대들 사이에서 ‘혼자 즐기며 살겠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생겼다”라며 “결혼하고 아파트에 거주하며 자녀를 기르는 전통적인 ‘중산층의 규범’도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30대 남성의 절반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남성 미혼율은 50.8%로 2015년(44.2%)보다 6.6%포인트 늘었다. 30대 여성 미혼율은 33.6%로 같은 기간 5.5%포인트 늘었다. 학력별로는 남성은 ‘2, 3년제 대학 졸업자’의 미혼 비중이 27.3%로, 여성은 ‘대학원 졸업자’의 미혼 비중이 22.1%로 각각 가장 높았다.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본인의 일이나 직업’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인구는 1783만3000명으로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이어 ‘배우자의 근로활동비’로 생활하는 인구는 419만9000명(10.1%)이었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이른바 ‘캥거루족’은 313만9000명(7.5%)으로 집계됐다.
캥거루족 비중은 20대에서 38.9%로 가장 높았다. 주요 생산활동인구로 꼽히는 30대(7.0%), 40대(2.2%) 캥거루족은 모두 65만 명이었다. ‘3040 캥거루족’이 전체 캥거루족 5명 중 1명꼴인 셈이다.
6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생활비를 본인 스스로 마련하는 비중은 57.7%로 2015년(49.7%)에 비해 8%포인트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교육 수준이 높고 노후준비가 잘 된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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