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없이 구입자금 지원받거나
부모가 대신 빚 갚아준 30대 이하
주식 편법 증여 2세 아이도 포함
직업을 가진 적이 없는 A 씨는 소득이 없는데도 신도시에 있는 고가의 상가빌딩과 아파트를 구입했다. 전자상거래 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사업 소득 가운데 일부를 신고 없이 몰래 빼돌려 부동산 구입자금 명목으로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A 씨의 아버지는 다른 가족에게도 부동산 취득자금을 지원하다가 세무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이처럼 ‘부모 찬스’로 고가 부동산 등을 편법으로 구입하거나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 생긴 빚을 부모가 대신 갚아준 30대 이하 446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30일 밝혔다.
주요 조사 대상은 부모 도움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을 늘리면서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이들이다. 부모로부터 주식을 편법 증여 받은 2세 아이와 경기도에 1억 원 상당의 주택을 구입한 10세 미만 아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B 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도시 중심에 상가건물을 사들여 병원을 열었다. 부동산 임대업자인 아버지가 건물 구입비와 장비 매입비를 편법 증여한 혐의가 드러나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당국에 포착된 사례 가운데는 부모에게서 부동산 구입 자금을 받고도 이를 빌린 것처럼 ‘가짜 계약서’를 쓴 뒤 만기에 빚을 갚지 않는 방식으로 증여 사실을 숨긴 경우도 있었다. 당국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모가 매출을 누락하거나 기업 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해 자녀를 지원하면 해당 사업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유튜브 등 개인 인터넷 방송으로 높은 수익을 얻은 뒤 소득 신고를 누락하거나 가짜로 경비를 신고해 실제 소득을 숨긴 이들도 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정 경쟁을 해치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해 더욱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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