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쇼크’가 전 세계 증시를 끌어내렸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 여파로 코스피는 6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천스닥’(코스닥지수 1,000)도 1개월여 만에 무너졌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64포인트(1.62%) 내린 3,019.18에 마감됐다. 올해 3월 25일(3,008.33) 이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 이날 코스피는 장중 3,015.01까지 떨어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2,900 선까지 내려갔던 올해 2, 3월보다 지수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20.07포인트(2.00%) 하락한 983.2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8월 23일(993.18) 이후 한 달여 만에 1,000 선 밑으로 내려갔다.
일본 증시는 더 크게 출렁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2.31% 하락한 28,771.07엔으로 마감됐다. 지난달 27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앞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 뉴욕 증시에서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또한 전날보다 1.59% 떨어진 33,843.92에 마감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19%, 0.44% 내렸다.
1일 아시아 증시가 추락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 우려의 충격이 컸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도 1%대 하락세를 보였다. CNBC방송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교란에 대한 우려가 이날 증시 하락의 주된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미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길어지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와 금리인상 등 긴축 조치를 조기에 단행해야 한다는 점도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수록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신흥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면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7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188.7원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로 상승했다.
물가 상승을 촉발시킨 이른바 ‘공급망 병목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을 시작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 방역 규제와 구인난 등이 겹치면서 물류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각종 운임이 치솟고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공급망 병목 현상은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전력난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힌다. 1일 블룸버그는 한정 중국 부총리가 최근 긴급회의를 소집해 국영 에너지기업들에게 “석탄, 전기, 원유 등 에너지 확보에 사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역설적으로 중국의 에너지원 확보가 그만큼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발 공급망 쇼크와 에너지 부족 현상이 전 세계 경기 둔화를 부채질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예일대 석좌 교수는 CNBC와 인터뷰에서 “공급망 병목현상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1970년대 목격한 스태플레이션을 연상시킨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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