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안 해도 내 집 한 채는 갖고 싶었는데 지금으로선 평생 세입자로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직장인 김모 씨(33)는 얼마 전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었다. 10년 가까이 가지고 있던 청약통장도 깼다. 한번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돈을 부었지만 매번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 경쟁률을 보면서 아예 포기했다.
막상 당첨이 돼도 걱정이었다. 금융권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 주변의 도움 없이 지금 모은 돈으로 계약금과 중도금을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김 씨는 “설령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내 집 마련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매일 오르는 집값을 보면서 내집 마련을 포기했다”면서 “요즘 집값 오르는 것을 보면 평생 집을 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0명 중 7명 ‘내 집 마련 꼭 해야’
지난달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전국 아파트 값은 10.19% 올랐다. 2000년 이후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2006년(13.92%)에 근접하는 수치다. 이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해마다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일 서울연구원이 ‘서울 청년에게 내 집이란’ 주제로 서울에 사는 청년(18~34세) 67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73.9%가 ‘내 집 마련은 꼭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결혼(38.4%) △출산(38.2%)의 두 배에 가까운 결과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정을 꾸리겠다는 청년들은 해마다 줄고 있지만 내 집 마련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택 구입의 목적은 주거 개념보다는 ‘경제적 이유’가 컸다. 응답자 10명 중 3명이 △자산 증식과 보전(30.3%)을 구입의 이유로 꼽았고, 그 다음으로 △임대료 상승 부담(28.0%) △이사 안 하고 살 수 있어서(25.9%) 등이다.
하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절반 이상(53%)이 ‘부모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집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10~20년’(33.7%) ‘20년 이상’(16.1%)으로 전망했고, 응답자 중 15%는 ‘(주택을)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사실상 포기 의사를 밝혔다.
주택 포기하고 ‘주식·코인’ 투자
집 보다는 다른 투자에 뛰어드는 20, 30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직장인 이희석 씨(29)는 여윳돈 대부분을 코인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 씨는 “집을 사는 건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생각에 주식과 코인에 넣고 있다”며 “주택 구입은 포기한지 오래다”고 허탈해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4월 발표한 자료에는 지난해 30대 이하 젊은 주식 투자자들는 전년 대비 160만 명이 늘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부동산 시장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보니 젊은층의 유입이 계속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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