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말라간다’…금융권 올해 대출여력 9조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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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3일 0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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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News1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News1
금융권의 전방위 대출 조이기에도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금융당국 총량규제 권고치에 근접해 연쇄 대출중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은행과 저축은행·보험사·상호금융·카드사 등의 올해 남은 가계대출 한도는 9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추세라면 연말이 되기 전 대출한도가 소진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8조5000억원 증가했었다.

금융사들은 대출 문턱을 더 높여서라도 대출중단 사태만은 막겠다는 계획이어서, 연말로 갈수록 금융권 대출절벽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5대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4.88%…농협·하나·국민·우리·신한 순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02조8878억원으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670조1539억원)과 비교해 4.88%(32조7339억원) 늘면서 대출 증가율이 정부 권고치(연 5~6%)에 근접했다. 8월 말 4.28%에서 0.6%포인트(p) 더 늘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인 6%에 이르기까지 1.12%p, 금액으로는 7조4754억원 가량 남겨뒀다. 권고치 하한 5%까진 불과 0.12%p(7738억원) 남았다. 금융당국은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옥죄기 위해 은행들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말 대비 5~6%로 맞추라고 지시했다.

지난 7월 증가율이 7%를 넘어 8월 주담대·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한 농협은행의 증가율은 9월말에도 7.29%에 머물러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농협은행이 대출을 묶자 풍선효과로 대출자들이 이동하면서 다른 은행도 대출 증가율이 9월 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8월말 증가율이 4.62%였던 하나은행은 이달 5.19%로 상승해 당국의 권고치에 두 번째로 근접했다.

국민은행은 8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이 3.62% 수준이었는데 9월말 4.90%로 급격히 늘어 5%대에 육박했다. 우리은행 증가율도 3.45%에서 4.05%로, 5대 은행 중 증가율이 가장 낮은 신한은행은 2.34%에서 3.02%로 올랐다.

은행들은 대출중단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요를 제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전세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줄이기로 했고,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 기준도 ‘입주 시 시세’에서 ‘분양가’로 바꿔 한도를 대폭 낮췄다. 하나은행도 10월부터 전세대출 한도 축소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전세대출 금리를 0.2%p 올렸고, 우리은행은 신잔액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주담대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 2금융권도 풍선효과로 대출수요 몰리면서 한도 빠르게 소진

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는 모습.© News1
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는 모습.© News1
은행에서 대출이 막히거나 한도가 부족한 대출자들이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상호금융, 카드사 등으로 몰리면서 2금융권의 대출한도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연말까지 남은 2금융권 대출한도는 1조6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많은 저축은행은 올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 증가율을 21.1% 이하로 맞출 것을 지시받았는데, 9월 셋째 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31조6000억원)보다 18% 늘어 대출한도가 9000억원 가량 남았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9일 SBI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관계자를 불러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저축은행도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식으로 문턱을 높이거나 경우에 따라 아예 창구를 닫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지침을 4.1%로 할당받은 보험사는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말 123조1000억원에서 올해 8월말 127조4000억원으로 3.5% 늘어, 연말까지 대출한도가 7000억원 가량 남았다.

상호금융은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4.1%로 맞출 것을 요구받았는데,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229조5592억원에서 올해 7월말 241조9005억원으로 5.3% 늘어 사실상 한도가 다 찬 상태다. 상호금융 중 대출 규모가 가장 큰 농협중앙회는 지난 8월부터 가계대출을 일부 중단했다.

은행권과 비슷하게 가계대출 증가율 지침을 6%대로 받은 것으로 알려진 카드사도 올 6월말 기준 카드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 잔액이 39조6045억원으로 지난해 말(37조2641억원)보다 6.2% 늘어 한도가 거의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지난달 카드사 중 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임원을 불러 대출을 줄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카드사는 다중채무자에 대한 신규 대출을 축소하고,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한도를 줄이는 조치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업체들은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대출을 줄이려 할 것이고, 증가율이 낮은 업체는 풍선효과로 대출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문턱을 계속 높일 것”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대출절벽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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