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 업체 관계자가 묻더군요. 정말 한국 기술력으로 완성차 공정 자동화 메인라인을 만들 수 있느냐고요. 소재·부품 말고도 장비서도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은 겁니다.”
LS일렉트릭의 권봉현 자동화 사내독립기업(CIC)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일본 업체 등을 따돌리고 현대자동차 경형 신차 ‘캐스퍼’ 생산공정 자동화 라인 구축 업체로 선정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설비 자동화 솔루션은 LS일렉트릭이 개발한 100% 국산 기술로 구축했다. 국내 업체가 완성차 자동화 라인 설비 공정 일부를 담당한 적은 있어도 전체 라인을 국내 기술로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S일렉트릭은 1986년 전신인 금성산전 시절 모회사인 금성사 가전용품 제조에 필요한 로봇 등을 개발하면서 공장 자동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엔 일본 업체와의 기술 제휴 방식 등으로 걸음마를 뗐다. 이후 2004년 LS그룹에 편입된 이후로 공장 자동화 부문에서 사업을 강화해나갔다.
2011년부터 약 4년간 2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통해 단계적으로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는 등 투자 드라이브를 걸었다. 2015년 들어선 디지털 기술을 통한 빅데이터 수집에 특화된 기술을 다수 확보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늦었던 일본 업체 등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었다. 그동안 한국 공장 자동화 기업들의 단점으로 늦은 수리와 진단이 꼽혔는데, 빅데이터 수집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LS일렉트릭은 스마트 공장서 선제적인 디지털 활용 및 진단 기술을 선보인 덕분에 지난달 29일 열린 ‘2021 세계경제포럼(WEF) 등대공장 연차회의’에서 청주 스마트공장이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공장이란 어두운 바다에 ‘등대’가 불을 비춰 배들의 길을 안내하듯,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핵심 기술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제조업의 성과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공장을 일컫는다. WEF는 2018년부터 전 세계 공장들을 6개월 이상 심사해 매년 2차례씩 발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19년 포스코가 선정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LS일렉트릭은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 바람에 맞춰 추가 대형 설비 부문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LS일렉트릭 공장 자동화 사업 부문은 2019년 3300억 원 매출에서 지난해 4200억 원으로 매출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약 2400억 원 매출로 상승세를 탔다. 일렉트릭은 지난해 11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공장 자동화 사업부를 CIC로 승격시켜면서 적극적인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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