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건보료)는 제때 납부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미납하는 사람이 24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은 보험료를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병원을 이용할 때 진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등 불이익이 생기지만, 국민연금은 연체금 외에 당장 받는 불이익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국민연금 재정건전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늘면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체납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24만1237명이 건보료를 1년 이상 완납했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는 6개월 이상 내지 않고 있었다. 이들이 미납한 국민연금 보험료는 2078억 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사람 가운데는 건보료로 월 200만 원 이상을 내는 고소득자가 53명 포함됐다. 건보료를 월 100만 원 이상~200만 원 미만 납부하는 사람은 350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건강보험을 성실하게 납부하면서 국민연금은 체납하는 사람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에는 이런 사람이 13만4000여 명(체납액 987억 원)이었는데, 2019년 18만 여명(2486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21만9000여 명(3072억 원)으로 증가한 뒤 올해 7월 24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반대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1년 이상 완납했으면서 건보료를 6개월 이상 미납한 사람은 올 7월 기준 4083명에 그쳤다. 이들의 체납 금액은 28억 원이다. 지난해에는 1672명이 총 10억 원을 체납했다.
건보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할 경우 건보공단은 체납자의 소득과 재산을 검토한 뒤 급여제한서 안내문을 보낸다. 이후 체납자가 병원을 가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 보험료는 체납해도 연체금 외 불이익이 없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자신이 낸 만큼 바로 혜택을 볼 수 있어 국민적 수용성이 높지만 국민연금은 ‘먼 미래의 혜택’이라는 생각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종헌 의원은 “국민들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전성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있는 상황이고, 그 때문인지 유독 국민연금 보험료만 내지 않는 인원이 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재정적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내놓는 한편 국민연금 고의 체납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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