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통렬한 반성을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정말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하겠다.”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은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5일 국회 국정감사에 3년 만에 출석해 거듭 사과했다. 김 의장은 의원들의 지적에 “논란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 “명심 또 명심하겠다”며 10차례 넘게 고개를 숙였다. 또 앞으로 골목상권을 절대 침해하지 않고 해외 진출 및 미래 기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른바 ‘플랫폼 국감’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날 국감에서는 카카오를 비롯해 야놀자, 쿠팡 등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의 사업 방식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김 의장은 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러 논란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회적으로 지탄받거나 논란이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수정하고 개선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이날 국감에선 김 의장에게 카카오의 과도한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이 집중됐다. 미용실 꽃배달 영어학원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 골목상권 침해와 카카오택시의 독과점 논란,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사업에서의 불공정 계약 이슈 등이 제기됐다.
김 의장은 ‘카카오가 기존 경제 생태계를 황폐화시킨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을 절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도와줄 방법을 찾겠다”며 “개인적으로도 회사가 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찾아서 일부는 꽤 진행했고 좀 더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과도한 가맹수수료 등으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플랫폼 이용자가 활성화될수록 수수료율이 점차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직은 초기 단계로 실험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시정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플랫폼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도 했다. 그는 “카카오 기술이 궁극적으로 돈도 없고, 빽(인맥)도 없고 기술도 모르는 사람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며 “다만 플랫폼에는 혁신의 축과 독점의 폐해가 동시에 존재하는데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면이 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총수 일가의 재테크를 위한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에는 “앞으로 더 이상 논란이 없도록 가족 회사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로 전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의 동생인 김화영 씨가 케이큐브홀딩스에서 약 14억 원의 퇴직금을 수령한 것에 대해선 “제가 생각해도 퇴직급여 부분은 좀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숙박앱 야놀자에도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가맹점으로부터 고객 정보를 얻는 야놀자가 프랜차이즈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이며 야놀자가 비품업체까지 인수한 것은 치졸한 행태라는 비판 등이 이어졌다. 배보찬 야놀자 대표는 “사업 초기에 깊게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광고 상품과 수수료 등 문제에 대해선 제휴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 개선하겠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쿠팡의 사업 확장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 문제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우선 노출하도록 한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 등이 도마에 올랐다. 쿠팡의 휴대전화 판매 및 개통 서비스인 ‘로켓모바일’의 경우 기존 통신 대리점, 판매점의 생존을 위협하는 골목상권 침해 행위로 단말기유통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대준 쿠팡 대표는 “(내부적으로 확인해)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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