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라면업계의 해외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라면 수출의 선봉장은 농심과 삼양식품이다. 이들 업체는 해외 현지 공장 및 판매법인 설립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돌입하고 있다는 점은 라면업계 해외 수출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우리나라 라면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공급이 원활하게 될 경우 매출도 수직상승할 수 있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에서 주목받았던 짜파구리의 뒤를 잇는 희소식도 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는 주인공이 소주를 마시면서 안주로 삼양라면 오리지널 제품을 생으로 먹는 장면이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 신라면의 3분기 누적 국내외 매출액은 총 6900억원으로 이중 해외 매출액은 37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매출액 비중은 총 매출액 대비 53.6%를 기록했다.
신라면의 국내외 매출액은 2019년 국내 4300억원, 해외 3300억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해외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2020년 국내 4400억원, 해외 4200억원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지금의 추세를 이어갈 경우 신라면은 올해 해외매출 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예상 매출은 4300억원 수준이다. 농심이 1971년 라면을 수출한 이래 최초로 해외 매출 비중이 내수 시장 매출을 앞지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농심 신라면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로 K-콘텐츠의 인기를 먼저 꼽을 수 있다. 국내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예능에 대한 해외 현지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함께 장면 속에 자주 등장했던 한국 라면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농심의 경우 영화 기생충에서 주목받았던 짜파구리가 대표적이다.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합성어)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농심 매출은 수직 상승했다.
또 신라면은 뉴욕타임즈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서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꼽히며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라면은 더이상 간식이 아닌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식사메뉴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소비자들의 라면 수요가 높아진 점을 고려해 농심은 세계 각국에 판매법인을 세워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춘다는 계획을 본격화했다. 농심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은 현지 조달에 따른 시장 점유율 확대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해공장, 중국 청도공장(1998년), 중국 심양공장(2000년), 미국 LA공장(2005년) 등 해외에 생산기지를 설립했고, 농심재팬(2002년)과 농심호주(2014년), 농심베트남(2018년), 농심캐나다(2020년) 등 판매법인을 세웠다.
올해 연말에는 미국 제2공장이 완공된다.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농심의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어 완공 이후 북미 커버리지 확대 및 남미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 수출해오던 삼양식품도 해외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한 해외 시장 규모 늘리기에 나섰다. 이 회사는 오는 2025년까지 해외 매출에서 일본, 미국, 중국 현지법인의 비중을 70%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양식품의 주력 제품은 불닭브랜드다.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매운맛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가 2016년 유튜브에서 시작된 ‘Fire noodle challenge’를 계기로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제품은 2017년 누적 판매량 10억개, 2019년 20억개, 2021년 30억개를 돌파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15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수출금액은 2020년 3000억원을 돌파했고, 수출국도 85개국으로 확대됐다.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2017년 수출 1억 달러, 2018년 수출 2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올해는 수출 3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주인공인 기훈(이정재)이 게임에 참가할지를 고민하며 일남(오영수)과 소주를 마시면서 안주로 삼양라면 오리지널 제품을 생으로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어서다.
‘안주로 생라면을 먹는다’는 개념은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를 신선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드라마속 한 장면을 따라하는 이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삼양식품의 해외시장 공략 키워드도 현지 영업망 강화다. 삼양식품은 지난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삼양아메리카’를 설립한 데 이어 오는 12월 중국 상하이에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를 설립키로 했다.
해외사업부문의 성장세를 고려한 조치다. 중국과 미국은 삼양식품 해외 매출의 45%, 15%를 담당하는 주력 시장으로 현지법인을 설립해 매출 성장뿐 아니라 유통과정 일원화, 효율적인 비용 관리 등을 추진,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미국, 중국법인은 판매법인으로 현지 영업망 강화에 주력한다. 삼양아메리카는 메인스트림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입점을 적극 추진할 예정으로,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는 이미 입점을 완료해 북미지역 공식 스토어를 론칭했다.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는 향후 오프라인 판매 채널 확대와 더불어 현지 시장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제품을 선보여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일본, 동남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매운 라면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럽, 미국 등에서도 한국산 라면에 대한 인지도가 커지고 있다”며 “올해 한국 라면 해외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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