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토닉워터 섞어 한잔” 2030세대, 홈술 트렌드 자리잡아
내년 시장규모 700억대 성장 예상
16만원 ‘일품진로’ 한정판 불티…‘화요’는 칵테일 패키지 내놔
서울 관악구에 사는 한모 씨(28)는 최근 프리미엄 소주에 푹 빠졌다. 퇴근 후 프리미엄 소주에 토닉워터를 섞어 마시는 걸 즐기는 데다 캠핑이나 여행 등에도 이 소주를 챙겨 간다. 한 씨는 “프리미엄 소주는 제조해 먹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40, 50대 중장년층이 주로 찾던 고가 소주가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 힙한 술로 통하고 있다. 고급 식당에서 중장년층이 마시는 술이란 이미지를 벗고 가성비와 만들어 먹는 재미를 두루 갖춘 ‘젊은 술’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 가격 대비 만족도로 MZ세대 사로잡아
소주업계는 프리미엄 소주 시장이 2013년 100억 원에서 2019년 400억 원으로 6년 동안 4배 수준으로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에는 700억 원대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체 주류 시장이 침체된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장세다.
최근 프리미엄 소주 시장의 성장 배경엔 ‘홈술’에 재미를 붙인 MZ세대가 있다. MZ세대에게 프리미엄 소주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가심비’와 ‘재미’를 두루 갖춘 제품이다. 직장인 이희성 씨(31)는 “고깃집에서는 프리미엄 소주를 3만∼5만 원에 판매하지만 대형마트에서 사면 1만 원대에 즐길 수 있다”며 “도수가 높다 보니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시면 양이 늘어나 용량 대비 비싸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호에 맞게 제조해 마실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학원생 최연희 씨(29)는 “어떤 음료를 섞어 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술이 된다”며 “고급 위스키바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칵테일을 비슷하게 만들어 인증샷을 찍는 재미도 있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신을 위해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에게 프리미엄 소주를 활용한 음주는 새로운 놀이 문화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정판’ ‘고급화 전략’ 등으로 MZ세대 공략
새로운 소비층이 유입되면서 프리미엄 소주 업계는 한정판 소비를 즐기는 MZ세대 특성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 마련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7월 참나무통에서 21년 동안 숙성시킨 원액 100%로 완성한 ‘일품진로 21년산’을 시장에 내놨다. 8000병만 한정 생산한 후 각 제품에 고유 번호를 부여했다. 출고가가 병당 16만5000원에 달하지만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자신을 위한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MZ세대에게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말했다.
일품진로와 함께 프리미엄 소주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 화요도 최근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만들어 먹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화요와 웰치스, 전용 컵 등으로 구성된 칵테일 패키지를 출시하고 편의점으로 판로도 확장했다. MZ세대의 주요 소비 창구가 편의점임을 감안한 전략이다. 또한 홈술 트렌드를 반영해 주로 유통되는 375mL 제품보다 용량이 큰 750mL의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젊었을 때 주로 마시던 술은 나이 들어서도 찾는 만큼 차세대 소비계층인 MZ세대의 선택을 받기 위한 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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