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인데 성과급 차이 너무 커”… “깜깜이 산정 방식, 투명한 공개를”
젊은 직원들 SNS 통해 불만 표출
LG전자, 새 성과급 기준 공개… SK이노 “주가 상승률 반영해 지급”
삼성전자 사장단, 직원 간담회 확대… 현대차, 경영-임금 실적 자료 배포
일부 대기업에서 성과급 책정 기준이 불투명하고 성과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성과급 개편안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대외비’로 여겨왔던 성과급 책정 과정을 공개하고 부서 간 차등을 줄여 내부 갈등을 줄이는 쪽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통과 투명성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직원 불만 등 기업 내부 사정이 외부에 빠르게 알려지는 것도 기업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과급 상한선을 높이되 매출·영업이익이나 주가 상승률 등 경영지표를 반영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부터 적용할 새로운 성과급 기준안을 최근 직원들에게 알렸다. 앞으로 성과급을 책정할 때는 사업부문별이 아닌 회사 전체 매출, 영업이익 달성도를 기본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본부별 성과급 지급 격차가 크게 줄게 됐다.
LG전자는 올해까지 본부별로 매출, 영업이익 등의 목표 달성 여부, 다른 업체와 경쟁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를 측정해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가전제품이 잘 팔려 이익이 컸던 생활가전 사업본부는 기본급의 75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지만, 아직 사업이 확장단계라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한 자동차부품 사업본부는 성과급 없이 100만∼300만 원의 격려금만 받았다. 내부에선 “같은 회사인데 보상 차이가 너무 크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다른 사업부 적자 때문에 성과급이 줄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적자가 난 부서 직원들도 성과급 일정액을 받을 수 있다.
성과급 개편 흐름은 올해 초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이 ‘성과급 산정방식을 밝혀 달라’며 회사 대표 등에게 보낸 항의메일로 불거진 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기업에서 성과급 논란으로 이어졌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기준이 불투명하다’ ‘늘 경쟁을 강조하면서 성과급을 줄 때만 경쟁사와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등 불만이 나오자 기업들이 내부 소통 및 성과급 개편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이익분배금 산정기준을 자체 측정했던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꿨다. ‘경제적 부가가치’라는 기준이 불투명하고 자의적이라는 불만이 높아서다. 2006년 이후 처음 성과급 체계를 바꾼 LG화학은 기본급의 ‘200%+α’였던 성과급 상한을 최대 1000%로 늘리고 ‘경영지표 성과’를 일부 반영하기로 했다. 배터리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리한 SK이노베이션은 성과급 기준에 주가 상승률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가에 반영되는 기업의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임직원들도 공유하면서 사업을 할 때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회사 측의 생각이다.
직원 설득을 위한 내부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방적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을 통보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6월 사장단이 직원들과 급여·성과급, 조직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대차는 경영실적 및 경영환경을 토대로 임금, 성과에 대한 설명을 담은 자료를 배포했다. LG전자는 성과급 개편과정에서 노조 등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했다.
신재용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기업들이 각자 상황에 맞는 처방을 통해 직원들의 요구에 답한 것은 긍정적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으로 보수를 책정하는 가운데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교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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