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와 강남에서 고깃집을 운영한 이모 씨(41)는 최근 강남 가게를 폐업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인건비가 급등해 직원 5명 중 3명을 내보냈는데도 버티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 ‘보릿고개’를 견디기 힘들어서다. 이 씨는 “임차료에 인건비 맞추기도 어려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길어져 6개월간 적자를 내니 버티기 힘들었다”고 했다.
국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다. 1980년대 중반 30%에 육박했던 자영업자 비중이 감소하며 ‘코로나발(發)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통계청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68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67만1000명 늘었다. 취업자는 2014년 3월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디지털 업종으로의 전환, 수출 호조 등으로 취업자가 증가하는 등 고용 회복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전반적인 고용은 나아졌지만 한국 경제의 허리인 자영업자, 제조업, 30대 일자리는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9월 취업자 중 자영업 비중은 19.9%로 떨어졌다.
‘직원 둔 자영업자’ 34개월 연속 최장 감소
취업자 자영업 비중 급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자영업은 고용 규모가 축소되는 동시에 영세화하고 있다. 직원을 둔 사장님은 줄고 ‘나 홀로 사장님’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기보다 2만2000명 증가했지만,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4만8000명 감소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역대 최장인 34개월째 감소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20년간 횟집을 운영하다가 최근 폐업한 오모 씨는 “매출 급감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가게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자영업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00명 중 39.4%가 당장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폐업을 결정하는 이유로 매출 감소(45.0%),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26.2%)을 많이 꼽았다.
한국의 취업자 중 자영업 비중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기업에서 내몰려 가게를 연 자영업자가 늘며 28%가량이 됐다. 기술 발달에 따른 자동화 등으로 점진적으로 줄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25%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닥친 지난해 9월엔 20.5%였다가 1년 뒤인 지난달엔 19.9%로 하락했다.
경영난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지원금과 금융권 대출로 버티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2분기(4∼6월) 기준 858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03조 원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9%인 77조 원은 상환이 불가능한 대출로 한국은행은 평가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금융당국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했지만 이후엔 대출을 갚아나가야 한다. 비대면, 무인화 영업이 늘면서 시장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직할 곳도 마땅치 않다. 지난달 제조업에서의 취업자 수도 전년 대비 3만7000명 줄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다른 업종으로의 전직 지원 등을 통한 자영업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손실보상 외에도 앞으로 늘어날 정보기술(IT) 일자리로 전직 교육 등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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