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점들은 최근 감자튀김 재료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최근 해운 물류 차질로 수입이 지연되며 원재료인 미국산 냉동 감자튀김을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는 햄버거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감자튀김 대신 치킨너겟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일부 매장에서는 그날그날의 원재료 수급상황에 따라 감자튀김을 못 팔고 있다”고 말했다.
● 해운물류 대란에 패스트푸드점도 타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해운 물류 대란으로 수출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글로벌 공급 쇼크’를 체감하고 있다. 물건을 실어 나를 선박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렵게 선박을 구하더라도 물류비가 치솟아 기업들은 이윤을 남기기 힘들어졌다. 소비자들까지 해외 배송에 수개월이 걸리는 등 해운 물류 대란의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일상을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해운 물류대란의 조짐은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상품 위주의 소비에 나서면서 공급망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여름부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를 선언한 국가가 늘면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항만 노동자들을 감축한 상황이라 폭증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해운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선박 발주를 미루고 있었다. 급증한 물류를 감당할 노동자도, 물류를 나를 선박도 부족해졌다. 미국에서는 물류센터 직원이 부족한 탓에 컨테이너 수송의 40%를 차지하는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에서 컨테이너를 내리지 못하고 대기 중인 선박만 81척에 이를 정도다.
이런 상황은 연쇄적으로 국내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수출 물량을 실어 보내야 할 선박을 구하지 못하거나, 높은 해운 운임으로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진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이다.
● 수출물량 소규모로 쪼개 항공 수송
전기차 보급 확대를 계기로 배터리 수출을 늘리고 있는 2차전지 업계는 선박 대신 철도를 이용해 유럽의 자동차 공장으로 배터리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가까운 항구도시까지만 선박으로 물량을 보낸 후 시베리아 횡단철도 등에 실어 유럽으로 배터리를 보내는 식이다.
미국으로의 수출할 물량은 ‘물품 쪼개기’로 보내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철도 수송이 불가능한 탓에 항공기의 좁은 적재공간에 맞춰 물품을 분해하는 것이다. 미국으로 마스크 제작 기계를 보내야 했던 A 사는 올해 3월 미국행 컨테이너선을 구하지 못해 운임이 5배나 더 나가는 항공기 화물 편을 이용해야 했다. 이마저도 한 번에 기계를 못실어 부품별로 나눠 보냈다.
해운 운임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물류비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년 새 3배로 치솟았다. 지난해 10월 첫째 주 1438.2였던 SCFI는 이달 8일 4647.6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의 타격이 크다.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보다 가격을 낮춰 수출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많은데, 운임비가 치솟으며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진 탓이다.
이런 어려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 1000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50곳 중 올해 내에 물류비가 정상화될 것이라 예상하는 곳은 7.3%에 불과했다.
정부도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임시선박을 투입해 미주항로에 13만4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한 개)를 수송했고,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263억 원의 물류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구체적인 기업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등 주요국이 글로벌 공급망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개별 기업들의 부담 경감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운임비 증가분만큼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 등을 통해 기업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해주는 방안 등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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