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가 일본의 고가 브랜드 ‘화이트 마운티니어링’과 협업해 선보인 컬렉션이 15일 품절 대란을 일으키면서 종일 매장 전화기도 불통이었다. 영업시간 내내 재고 수량과 사이즈를 찾는 문의가 잇따르면서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고, 통화가 되더라도 주요 라인과 사이즈가 품절됐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2년간 이어졌던 ‘노(NO) 재팬’이 무색한 모습이다.
전날 유니클로는 화이트 마운티니어링과 협업해 남성용 4종, 여성용 2종, 아동용 3종 등 총 9종을 출시했다.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은 디자이너 아이자와 요스케가 2006년 ‘옷을 입는 필드는 모두 아웃도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만든 브랜드다. 준명품 수준으로 최근 스트리트 패션과 아웃도어 관심이 많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 모두를 위한 옷’을 주제로 유니클로와 처음 협업한 컬렉션은 일상에서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는 라이프웨어를 제안한다. 유니클로가 자체 개발한 소재와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의 모던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남성용 ‘하이브리드 다운 오버사이즈 파카’는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의 시그니처인 정면의 더블 지퍼 포켓을 그대로 담아내면서 출시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현재 화이트 마운티니어링 온라인몰에서는 간절기용 재킷을 10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겨울 패딩 등 아우터는 300만원대 수준으로 전해졌다. 유니클로가 콜라보 재킷과 패딩 제품을 12만9000원에서 14만9000원으로 대폭 낮춰 선보이면서 준명품 수준의 패딩과 재킷을 10만원대에 구매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인당 같은 제품은 2점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지만 인기 제품은 빠른 속도로 팔려나갔다. 온라인 입고 시간을 공지하지 않은 탓에 전날 0시부터 유니클로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몰은 ‘서버 에러’, ‘시스템 점검 중입니다’는 메시지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 오전 8시부터 인기 제품의 주요 사이즈와 색상이 품절되기 시작하더니 불과 2시간 만에 플리스 제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품절됐다.
오프라인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직접 입어보고 협업 상품을 사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개점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매장별로 입고 제품은 달랐지만 개점과 동시에 대부분 남성용 ‘하이브리드다운 오버사이즈파카’와 ‘울트라라이트다운 오버사이즈재킷’부터 동이 났다. 플리스 제품 역시 주요 사이즈의 재고가 순차적으로 소진됐다.
유니클로매장 직원은 “오픈한 지 1시간도 안 돼 패딩과 파카 제품은 품절됐고, 플리스 라인도 사이즈가 많이 빠져서라고 하지만 남아 있다”며 “재입고 계획은 현재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유니클로가 지난해 11월 디자이너 질 샌더와 협업해 선보인 ‘+J 컬렉션’ 출시 때도 오픈런 행렬이 잇따랐다. 당시 명동 중앙점과 잠실 롯데월드점, 강남 유니클로 신사점에는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컬렉션을 구매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유니클로는 2019년 7월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를 계기로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한때 1조원을 웃돌았던 매출액은 지난해 6298억원으로 고꾸라졌고, 884억원의 적자까지 기록하면서 업계에서는 ‘철수설’이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플래그십 스토어였던 명동 중앙점을 10년 만에 폐점했다. 이어 오는 17일에는 국내 첫 매장인 롯데마트 잠실점도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불매 운동 초장기인 2019년 8월 190개에 달했던 매장은 현재 133개로 쪼그라든 상태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매장 효율화와 디자이너 협업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전날 공시를 통해 “유니클로 한국은 연간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고 보고했지만 사업은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그간 르메르(Lemaire), 띠어리(Theory), JW앤더슨(JW ANDERSON)과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였다”며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을 위해 고품격 라이프웨어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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