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with) 코로나(생활과 방역의 병행)’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 오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점차 경영 일상의 회복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임직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재택·순환 근무 비중을 완화하고, 해외 출장 및 대면교육을 재개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 기간 정착된 비대면 업무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업무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방역지침을 완화한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해외 출장 승인 조건 완화, 대면 회의·교육 및 셔틀버스 운행 재개 등의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방역지침 기준을 새로 공지했다. 수원사업장 등의 임직원 백신 접종률이 90%를 넘어서자 내린 선제적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부터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사업부문 등의 최고경영진 및 필수 인력들의 해외 출장을 서서히 재개하고 있다. 해외 출입국자의 정부 격리 조치가 완화되면서 퀄컴 등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국내 방문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LG, 한화 등 주요 기업들도 내부 방역지침 완화를 검토 및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금지해왔던 외부인 및 사업 관계자의 사업장 출입을 접종 완료자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LG도 정부의 구체적 위드 코로나 방역 지침이 정해지는 대로 재택근무 비율(40%)을 완화하고, 국내외 출장 및 사내 행사를 부분적으로 재개할 계획이다. 한화도 임직원들의 대내외 사적 모임 제한 방침을 점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17일 재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사내 설문조사를 통해 헬스장 및 집합시설, 임직원 식당 등의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이를 통해 규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사실상 단계적 일상 회복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롯데지주, 신세계그룹 등도 단계적 일상 회복을 앞두고 지침 완화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이 같은 방역지침 완화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완전 복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2년여 동안 코로나19 1∼4차 유행을 겪으며 코로나19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았고, 이를 계기로 업무 형태뿐 아니라 사업 마케팅 방식, 인수합병(M&A) 및 투자 등 일상적 경영활동 곳곳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 상시화 등 업무방식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SK텔레콤 사례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의 방식을 내년에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직원들이 본사로 출근하지 않고 수도권 곳곳에 마련된 거점 오피스로 출근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최소화하고 비대면 근무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식이다. 업무방식 변화를 활용한 신규 사업까지 추진 중이다. SK 관계자는 “거점 오피스를 5세대(5G) 통신 기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도입한 ‘스마트 오피스 솔루션’ 개발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 확대 등 언택트(비대면) 경험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위한 제품 판매 방식의 변화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현재 전국 총 9개 주요 매장에서 야간 무인매장 운영방식을 도입 중이다. “비대면이라 부담이 훨씬 적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제품을 살펴볼 수 있어 좋다” 등 긍정적 평가가 늘어나면서 무인매장 및 운영시간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의 경험을 통해 기업의 경영 곳곳에서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 시대에 맞춘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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