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노동제도, 유럽보다 경직…“유연화 정책으로 고용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1일 12시 14분


뉴시스
독일 등 유럽에서 경제가 잘 나가고 고용지표가 좋은 선진국들은 고용과 해고가 유연하도록 노동개혁을 했기 때문으로 우리나라도 이들 국가를 적극 참조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독일·영국·네덜란드의 주요 노동정책 및 노동시장 구조개혁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럽 경제의 엔진으로 평가받고 있는 독일은 슈뢰더 정부(2003~2005년) 때 단행한 노동개혁 이른바 하르츠 개혁이 큰 힘이 됐다. 당시 해고제한법 적용제외 사업장을 확대(5인→10인 이하)했다. 파견 기간의 상한 2년을 폐지했다.

메르켈 정부(2006년~) 역시 해고제한법 적용제외 사업장을 확대(10인→20인 이하)했다. ‘근로시간 계좌제’를 도입해 업무량이 많을 때 근로시간 초과분을 적립한 뒤 업무량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시간을 유연화했다.

한경연은 이런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 점수(최대 10점)는 하르츠 개혁 시작 시기인 2003년 3.5점에서 2019년에는 7.5점으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고용률은2003년 64.6%에서 2019년 76.7%로 증가했다 실업률은 같은 기간 9.4%에서 3.2%로 현저하게 떨어졌다.

한편 이 같은 노동개혁은 정치적으로는 불리하게 작용해 슈뢰더 정부 등이 퇴진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럽의 환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영국은 잘 알려진대로 대처 정부(1979~1990년)가 대규모 노동개혁을 단행했다. 파업 관행을 막기 위해 노조 활동을 제한했다.

캐머런 정부(2010~2016년)에서도 돌발·장기파업을 제한하기 위해 파업 전 찬반투표 시 투표용지 내 파업기간을 명시하도록 했고, 파업 사전 통지기간을 확대(7일→14일)하는 등 파업행위에 대한 엄격한 절차를 마련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줄였다.

영국의 고용률은 1984년 65.9%에서 2016년 73.8%로 올랐다. 실업률은 1984년 11.9%에서 2016년 5.0%로 현격히 줄었다.

네덜란드의 루버스 정부(1982~1994년)는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시간제 고용을 확대하는 노사정 합의를 도출 했다. 물가연동 임금인상제도 폐지와 최저임금?공공부문 임금 동결 등으로 노동비용 부담을 완화했다. 시간제 고용 활성화, 파견 및 기간제 규제 완화 등 노동유연성 제고는 청년과 여성에게 다양한 취업기회를 제공했다.

네덜란드의 여성 고용률은 1982년 35.8%에서 2019년 74.1%로 2배 이상 뛰어올랐다. 청년 실업률은 같은 기간 11.3%에서 5.4%로 떨어졌다.

반면 한국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경직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다수 도입됐고, 해고 조항이 이들 선진국보다 오히려 더 엄격한 경우가 많아 전체 고용 특히 청년 및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됐다.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노사간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개혁과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기업의 고용 여력을 확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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