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美 테이퍼링, 2013년 같은 긴축 발작은 없을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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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중 대신증권 수석연구위원
문남중 대신증권 수석연구위원
올해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회자될 때마다 증시 하락, 금리 상승, 달러 가치 상승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금리와 달러 가치 상승은 신흥국의 불안 심리 확대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이르면 11월 중순부터 시행될 테이퍼링을 앞두고 신흥국의 통화 가치 및 증시 급락으로 이어지는 ‘긴축 발작’이 2013년처럼 재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신흥국 증시의 수익률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기준으로 2.4%로 선진국(16.3%)에 비해 크게 부진하다.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재정 여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반복 등의 영향 때문이다. 8∼10월 이어진 위험 회피 선호와 달러 가치 상승세는 신흥국의 자금 유출을 여전히 자극하고 있다.

연준의 테이퍼링 시기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는 고용 지표다. 미국의 9월 고용지표는 일손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통화 긴축을 자극했다. 이에 따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빠르면 11월 중순, 늦어도 12월 중순부터는 테이퍼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속도는 2014년처럼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 수준에서 8개월 전후로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테이퍼링 시행에 따른 신흥국 증시 영향은 표면적으로는 불가피하다. 열약한 보건 환경과 낮은 백신 보급 속도에 따른 성장 지연, 물가 상승, 재정수지 악화, 연준의 테이퍼링으로 인한 시장 금리 상승 등이 맞물리며 자금 유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과 같은 4가지 이유로 테이퍼링 시행에 따른 신흥국 영향은 한 달 안팎의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연준은 지표 기반 전망을 바탕으로 시장과 교감하며 테이퍼링 준비를 충분히 진행해 왔다. 테이퍼링 기간 동안 미국 경기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속도 조절을 통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시장 금리도 내년 1분기(1∼3월) 기저효과에 따른 경기 부진과 물가 우려 완화로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다. 셋째, 내년 2월 연준 의장 교체 시점에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이 연임되지 못하더라도 차순위로 거론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도 현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2013년 테이퍼링 때는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일어나면서 충격이 있었지만 신흥국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그때보다 개선됐다. 외부 충격에 대해 과거와 달리 내성이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연준의 테이퍼링 시행은 2013년 같은 긴축 발작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테이퍼링#긴출 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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