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 유족만 참석 간소히 치러… 인력개발원서 李회장 흉상 제막식
임직원들 ‘온라인 추모관’서 추도… 李부회장 가석방후 첫 내부 메시지
‘뉴 삼성’ 다시 강조 경영보폭 넓힐듯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주기 추도식이 25일 오전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에서 치러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추도식 후 사장단에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함께 나아가자”며 메시지를 전했다. 가석방 출소 후 회사 내부 구성원들을 향해 내놓은 메시지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주기 추도식은 유족의 뜻에 따라 대대적인 행사 대신 간소하고 조촐하게 열렸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유족 5명만 참석했다. 삼성 사장단은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추도식은 약 20분 동안 진행됐다. 오전 9시 50분경 홍 전 관장을 비롯해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차를 타고 선영에 도착했고, 약 5분 뒤 이 부회장도 검은색 제네시스를 타고 도착했다. 추도식 내 취재진 접근은 제한했다. 다만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고인을 기리며 절을 하는 모습이 밖에서 보이기도 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추도식 후 경기 용인시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창조관에서 열린 이 회장 흉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며 이같이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새로운 삼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만큼 향후 경영 보폭을 크게 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끄는 ‘뉴 삼성’이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반도체 스마트폰 등 글로벌 최고 전자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이 회장을 기리면서 동시에 자신이 이끌 새로운 삼성을 위한 각오를 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까지 신사업에 도전해 한 차원 높은 삼성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강조해 왔다. 사업 성장뿐 아니라 시민사회 소통, 준법감시, 건전한 노사문화 등을 함께 일구는 삼성을 만들겠다고도 해 왔다.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부회장은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분야 등 미래 전략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3년 동안 국내 180조 원을 포함해 총 240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 10대 대기업 중 유일하게 신입 공개채용 시스템을 유지하고 2023년까지 총 7만 개의 직간접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도 밝혔다. 다음 달에는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 부지를 결정하기 위해 미국 출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흉상 제막식에서 “이 회장이 우리를 떠난 지 벌써 1년이 됐다. 고인에게 삼성은 삶 그 자체였고 한계에 굴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으로 가능성을 키워 오늘의 삼성을 일구셨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삼성은 이날 20여 개의 각 계열사 임직원들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했다. 온라인 게시판에 ‘세상을 바꾼 거인, 고 이건희 회장님을 그리며’라는 제목으로 1주기 추모 영상과 신경영 특강 영상을 공개했다. 추모관에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임직원 1만7000여 명이 방문해 “회장님의 위대했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더 자랑스러운 우리 삼성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등 2600여 개의 댓글을 남겼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당초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이 회장의 업적을 기려 규모 있는 추모행사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족의 뜻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문제 등을 고려해 조촐하게 치렀다. 흉상 제막식에도 삼성 사장단 5명만 참석했다. 삼성 측은 “생전에 ‘인재 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을 써 온 이건희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창조관에 흉상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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