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0.3%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연간 성장률 4.0%’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다음 달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에 맞춰 대대적인 내수 회복에 나설 계획이지만 성장 둔화 속에 물가 상승 악재까지 겹쳐 ‘슬로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26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속보치) 증가했다고 밝혔다.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1분기(1∼3월)와 2분기(4∼6월) 각각 ―1.3%, ―3.2%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3분기에 2.2%로 플러스 전환한 뒤 5개 분기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1분기 1.7%, 2분기 0.8%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한 이유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음식 숙박 오락 문화 등 대면 업종이 사회적 거리 두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민간소비는 전 분기에 비해 0.3%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자동차 등) 투자 위축으로 2.3% 줄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3.0% 감소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7월부터 이어진 거리 두기 강화 조치, 폭염 및 철근 가격 상승 등이 민간소비와 건설 투자 등 내수 회복을 제약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올해 연간 성장률 4%대 달성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6월 하반기(7∼12월)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4.2%로 내다봤다. 한은은 8월 4.0%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바 있다. 한은은 당시 3분기와 4분기(10∼12월) 각각 전 분기 대비 0.6% 성장할 경우 연간 4.0%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3분기엔 목표의 절반인 0.3%에 그친 것이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성장률이 4%에 이르려면 4분기 성장률이 1.04%를 웃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국제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오르며 소비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3.76달러에 거래되며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2년 2월 이후 9년 8개월 만에 3%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슬로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다. 부진한 소비와 투자 대신 경제 성장을 견인한 수출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28일 발표되는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2분기(6.7%)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올해 중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8.0% 밑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이에 다음 달 위드 코로나 전환을 계기로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살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내수 활성화를 위한 소비쿠폰 재개 등의 대책을 내놨다. 유류세 인하, 할당관세 인하 등을 통한 물가안정 대책도 발표했다. 정부의 내수 활성화 대책이 수요를 부추겨 다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내수 활성화 대책은 소비를 더 부추기는 게 아니라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소비를 보완하는 측면이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경기가 둔화하는데 물가는 오르는 상황.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 경기 하강이 더딜 때를 시장에서 지칭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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