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형 대량 생산 어렵고 코로나 ‘보복 소비’ 맞물려
전자업체들 고가 제품에 주력… 삼성 ‘폴더블폰’ 200만대 판매
LG 고급 가전도 분기 최대 매출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등 주요 부품 공급난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서 프리미엄 제품군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제조사로선 생산 차질로 대량 생산이 어려워져 부품 재고를 프리미엄 제품 제조에 우선 투입하는 게 유리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공급 지연으로 구매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보복 소비’ 영향이 맞물려 프리미엄 선호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3억4200만 대로 지난해 동기(3억6600만 대)에 비해 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3분기 잠정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1000억 달러(약 117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3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 규모다.
판매 대수가 줄었는데도 매출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고가 제품 판매가 늘었다는 의미다.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장 매출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와 Z플립3 등 ‘폴더블폰’이 출시 이후 한 달간 200만 대 이상 팔리면서 전 세계 프리미엄 경쟁에 불을 댕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6900만 대로, 지난해 동기(8100만 대)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사업부 매출은 같은 기간 30조4900억 원에서 28조4200억 원으로 소폭 줄어 글로벌 부품 공급난 등에도 ‘선방’했다.
애플도 9월 공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13 제품 판매가 순항하면서 3분기 출하량이 4800만 대로 집계됐다. 중저가 전략을 앞세워 삼성전자를 맹추격하다가 부품 수급난에 출하가 주춤한 샤오미(4440만 대)를 3위로 밀어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글로벌 부품 부족으로 스마트폰 생산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삼성전자과 애플 등 프리미엄 전략을 내건 업체들은 대당 판매 액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대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TV 등 가전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군에 선투자한 기업들이 선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가전을 담당하는 H&A의 3분기 매출이 7조611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프리미엄 제품인 ‘신가전’ 매출 확대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 측은 지난달 29일 실적발표회에서 “신가전 매출 비중은 2018년 14%에서 올해 17∼18%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3분기 디스플레이 출하 면적(840만 m²)이 전 분기(890만 m²)보다 5.6% 정도 줄었지만, 매출은 7조2232억 원으로 오히려 전 분기(6조9656억 원)보다 4% 늘었다. 프리미엄 TV 시장이 성장하고 고가 IT기기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글로벌 공급난 탓에 중저가 제품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억눌린 소비자 수요가 프리미엄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중저가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상까지 나타나자 주요 스마트폰·가전 업체들은 프리미엄 전략에 더 힘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도 프리미엄 전략에 더 집중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가전제품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이를 결합한 서비스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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