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긴축의 해’ 준비한다…韓 확장재정에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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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1일 06시 55분


2021.10.25/뉴스1
2021.10.25/뉴스1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재정 지출을 급속도로 불렸던 세계 주요국이 내년에는 정부 씀씀이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을 여전히 큰 폭인 8%대로 계획 중이다.

이에 국가부채 급증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재정 긴축은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점차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 28일 펴낸 분석 결과를 보면, 세계 주요 5개국 중 재정준칙을 법제화한 미국·독일·프랑스는 내년 예산안 규모를 올 결산 추정액보다 14.8%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17.1%, 독일은 19.1%나 줄였다.

반면 한국은 0.1% 축소에 그쳤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국의 2019년 대비 2022년 정부 지출(중앙+지방) 규모로 한국 1.15배, 미국 1.10배, 독일 1.07배, 프랑스 1.01배를 전망하기도 했다.

쉽게 말해, 코로나 위기 후 한국의 재정 정책 정상화가 주요국보다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발표한 중기 재정운용계획에서 경제 회복 추이에 맞춰 ‘2023년부터’ 지출을 단계적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2021∼2025년 연평균 수입 증가율은 4.7%로, 지출 증가율보다 낮게 설정됐다.

이는 대략 2025년까진 국가채무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주요국보다 느린 정상화 속도에 최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경제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경연은 이를 두고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라고 비판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그동안 확대 집행했던 정부지출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복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기에 재정준칙 법제화 등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2019년 37.7%였던 국가채무 비율이 지난해 44.0%, 올해 추경 집행 이후 48.2%로 불과 2년 새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면서 “코로나 국면을 감안해도 급격한 증가로 봐야한다. 당장 내년부터 부채 관리로 재정건전성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2021.10.29/뉴스1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2021.10.29/뉴스1

반면 정부 당국에서는 재정 정상화를 얘기하기 이르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홍 부총리는 전날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세계 경제가 완전한 회복에 이르기까지 확장 (재정) 기조를 어느 정도 유지할 필요가 있고, 섣부르게 거시정책을 전환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 시에 했던 여러 조치들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한 정상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개별 국가가 섣부르게 거시정책을 축소·전환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2주 전 재무장관회의에서도 확인됐고, 이날 정상회의 기조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국과 독일 등 일부 국가의 지출 축소는 이들이 2020~2021년 위기 대응을 위해 지출을 매우 크게 확대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다수 국제기구와 전문가도 마찬가지로 확장재정 지속을 여전히 권고하고 있긴 하다.

숀 더거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재정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난 29일 기재부와 OECD가 공동 개최한 포럼에서 “한국은 이미 위기 이전의 지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경제 정상화를 위해 여러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이때 과도한 긴축에 들어가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묘한 어조 차이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재정 여력이 충분한 한국이 왜 확장재정을 더 안 하느냐’고 물었던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이, 점차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입에 담는 빈도가 늘고 있어서다.

아세안과 한중일 3개국의 거시경제 조사기구인 역내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지난 8월 말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한국은)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도록 확장적 재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론 확장적 재정 기조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 역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기대응적(countercyclica)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경제 회복에 따라 지출을 줄일 의향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선별 현금 지원 같은 복지를 한 번 약속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어찌 됐든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고정적 복지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건 이해 가능하다”며 “하지만 실질 효과가 있는 데 재정이 투입되고 적절히 쓰이는지 충분히 확인되지 않으면서 지출이 커지는 느낌이 있어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위기 중에는 대다수 견해가 확장~긴축 스펙트럼 사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 쪽으로 수렴됐다면, 이제는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라 다시 대립각이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로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 여야는 확장과 긴축 사이에서 더욱 첨예한 갈등을 예고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관련 토론회에서 “확장적 재정 운용으로 일시적으로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확장재정을 통한 경제회복, 세수증대, 재정적자 축소의 선순환 구조로 오히려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정부가 국가 재정 상황과 내년 차기 정부를 고려하지 않고 국가 채무를 늘려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프랑스·독일 등에 비해 매우 빠르다”며 “증액된 사업을 살펴 예산을 삭감하고 소상공인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되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자유로운 기업 경영으로 경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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