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가상화폐 5분만에 2861달러 → 0달러… “개발자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3일 03시 00분


드라마-넷플릭스와 관련 없지만 ‘온라인 게임서 사용’ 입소문에
지난달 26일 출시 뒤 인기 끌어… 발아래 카펫 갑자기 잡아빼듯
개발자, 보유화폐 현금화해 도주

오징어게임 토큰 기사 - CNBC 갈무리
오징어게임 토큰 기사 - CNBC 갈무리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테마로 한 가상화폐 ‘스퀴드(SQUID·오징어)’의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다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개발자들이 보유 화폐를 현금화하면서 사실상 훔쳐 달아났기 때문이다. 이 가상화폐는 오징어게임이나 넷플릭스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가상화폐 시장에서 인기를 끌어 주의가 요구돼 왔다.

1일 CNN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기즈모도에 따르면 이날 한때 2861달러(약 336만 원)까지 올랐던 스퀴드 가격이 불과 5분 만에 0.00079달러로 떨어졌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11시에도 코인당 0.00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사실상 가치가 거의 없는 자산이 돼 버린 것이다.

이는 스퀴드 개발자들이 일명 ‘러그 풀(rug pull)’이라는 사기를 저지른 여파로 풀이된다. ‘발아래 카펫을 갑자기 잡아 뺀다’는 뜻으로 가상화폐 개발자가 투자자금을 모두 현금화하면서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스퀴드는 지난달 26일 출시됐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각종 게임들로 구성된 한 온라인 토너먼트의 게임 토큰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가치가 가파르게 올랐다. 스퀴드의 시가총액은 사기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200만 달러(약 23억5000만 원)를 넘는 수준까지 올라가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가상화폐가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는 여러 차례 제기됐다. 잠시 운영됐던 스퀴드 홈페이지는 당시 오탈자와 비문으로 가득 차 있었고 지금은 아예 접속이 차단됐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가상화폐가 살 수만 있고 팔 수는 없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코인마켓캡 역시 이 가상화폐가 사기일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기즈모도는 “우리는 이 가상화폐가 분명한 사기라고 이미 경고했지만 많은 사람이 경고를 제때 듣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 가상화폐 개발자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오징어게임 가상화폐#현금화 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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